현수막, 어떻게 할까요?

김철원 기자 입력 2023-04-24 08:04:41 수정 2023-04-24 08:04:41 조회수 12

(앵커)

도심에 나부끼는 현수막은 시야를 방해하고

미관을 해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환경에 큰 피해를 남깁니다.



시민들도 자치단체들에게도 골칫거리인

현수막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제주문화방송 김하은 기자가 현장에서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거리에서 찾는 뉴스. <생각할 거리>의 김하은입니다.
저는 지금 출근 중인데요. 저희 회사로 출근하려면 항상 이 거리를 지나야 돼요.
이곳이 도심 속 숲처럼 만들어져 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나무가 잘 안 보입니다.
여기저기 현수막이 걸려 있어서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인데요..
근데 뭐 여러분들도 많이 보셨겠지만, 현수막이 여기만 걸린 게 아닙니다.


취재를 가다 보면요. 길 곳곳에도 현수막이 보입니다.
정당에서 내건 현수막부터 시작해서, 분양 현수막까지,
500m 정도를 지나면서 지금까지 제가 본 현수막만 수십 장입니다.
 대부분 불법 현수막입니다. 그렇다면 이 현수막 다 어떻게 처리될까요.


현수막 수거 작업이 한창인데요. 저도 한 번 해보겠습니다.
나무 기둥에 단단히 묶여 있는데 이렇게 잘라내고요.


* 이창종 / 주민센터 주민자치팀

Q. 이렇게 현수막 수거하면서 돌아다니시면 하루에 몇 개 정도 수거하세요?

A. 평일같으 경우에는 10개 정도로 하고 있습니다. 주말 같은 경우에는 한 30장 정도 수거하고 있고요.
분양하우스라든가 헬스클럽 이런 게 많아져서 경쟁을 하다 보니까 (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수거한 현수막은 주민센터 한켠에 있는 현수막 수거함으로 옮겨지는데요.
2주가량 모은 거라고 하는데, 수거함 두 통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렇게 모인 현수막 몇 장이나 되냐면요.
제주도에서 지난 2020년에는 7만 2천 장(72,294), 2021년에는 5만 5천 장(55,974),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었던 지난해에는 무려 20만 장(226,746)이 넘게 수거됐습니다.


* 김주연 / 시민

Q. 현수막 붙어있는 거 보면 보기에 어떠세요?

A.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부니까 (현수막 끈이) 막 풀려서 흩날리면 되게 지저분해 보이거든요.
도시 미관에도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저곳 내걸린 현수막은 단순히 미관만 해치는 게 아닙니다.
다 쓴 현수막이 버려지고 처리되는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발생합니다.


수거한 현수막들인데요. 재질을 보면 천처럼 보이느데 아닙니다.
플라스틱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가 주성분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은 땅에 묻어도 썩지 않습니다. 결국 불에 태울 수밖에 없습니다.



저렇게 소각하면서 다량의 온실가스와 발암물질이 나오는데요.
현수막 1장당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4.03kg. 지난해 수거된 현수막 양을 대입해 보면
약 914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건데 이걸 다 흡수하려면
25년 된 소나무 9만 3천 그루, 그러니까 축구장 81개 면적의 소나무 숲이 필요합니다.


현수막 쓰레기가 문제가 되다 보니까 다른 시도에서는 폐현수막을 그냥 버리지 않고
되도록이면 재활용해 쓰자는 움직임이 늘고 있습니다.
폐현수막을 활용해 토시를 만들기도 하고, 이런 가방을 만들기도 합니다.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자체별로 폐현수막 재활용률이 나와 있어요.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쭉 내려와서 제주를 봤더니 자료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주도에 문의를 해봤는데요.


* 제주도청 관계자

“도에서 저희가 현수막을 따로 관리하거나 별도 배출하고 행정에서 관여한 적은 제가 알기로 없습니다.”



물론 재활용이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습니다. 결국은 태워야하니까요.
그래도 청정제주 외치는 제주가 아무런 실천도 안 한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해법은 현수막 사용을 줄여나가는 건데, 제도가 먼저 뒷받침 되어야합니다.


* 허승은 / 녹색연합 팀장
"쓰레기를 뭐 비닐봉투 하나 줄여라. (일회용) 컵 하나 줄여라.
이렇게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할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서부터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노력들이 많이 이뤄져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지자체나 지방 의회 차원에서도 현수막 사용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전북 전주시의회는 시의원들에게 명절 인사용 현수막을 내걸지 않도록 권고했고요.



경기 광명시는 ‘행정용 현수막 총량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도 최근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 김경학 / 제주도의회 의장

"도민에게 짜증과 피로감만 안겨주는 현수막 정치. 여기저기 우후죽순으로 늘어가는 현수막 문화.
우리 스스로가 자제하며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족한 공론의 장도 문제입니다.



현수막 말고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노동자들, 소규모 자영업자들, 사회적 약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할 필요도 있습니다.



행정기관부터 시민과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잘 듣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당장

도청 앞에 내걸린 현수막부터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2040년까지 플라스틱 없는 섬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제주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현수막 사용부터 줄이기.

그 어떤 곳보다 제주가 가장 먼저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MBC뉴스 김하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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