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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5.18 새벽방송 주인공 '무죄'

(앵커)
5.18 때 계엄군이 도청을 진압하기 직전
마지막 방송으로
광주시민들을 울렸던 여대생이
35년만에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배우 이요원씨의 실제 주인공 박영순씨가 재심 끝에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김철원 기자입니다.

(기자)

계엄군 진압이 임박해 있던 1980년 5월 27일 새벽 2시쯤.

광주시내에 울려퍼진 젊은 여성의 애절한 목소리에 광주시민들은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계엄군이 언제 진압을 시작할까 두려운 마음에 숨죽이며 귀를 기울이다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으니 우리를 도와달라" 는 방송이 도청 스피커에서 흘러나오자 나가지도 못하는 처지를 애통해하며 숨죽여 울었던 겁니다.

(인터뷰)박영순씨/시민군 방송 담당 - 광주MBC 5.18 특집다큐멘터리 '어머니의 노래' (1989년 방송)
"우리 학생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나오셔가지고 우리 귀여운 아들, 딸, 형제들을 도와주십시오. 그런 내용으로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다는 내용으로 방송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 있었던 이 새벽방송은 5.18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에 삽입돼 관객들을 울렸습니다.

(현장음)"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시민 여러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새벽방송의 주인공이었던 박영순씨는 계엄군 진압 때 현장에서 붙잡혀 내란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수사과정에서의 고문과 가혹행위도 고통이었지만 유죄판결은 오랜시간 동안 박씨를 괴롭혔는데 35년만에야 이 멍에를 벗었습니다.

박씨의 재심 청구를 심리한 재판부가 새벽 방송 행위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다"며 무죄를 선고한 겁니다. 

(인터뷰)박영순씨/전남도청 새벽방송 주인공
"그 당시에 받았던 그 고통은 제가 35년 동안 간직하고 살았지만 오늘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조금이나마..."

5월단체에 따르면 박씨처럼 5.18 당시 수감되거나 집행유예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모두 616명에 달하지만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이는 이중 330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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