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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데스크

'불 났다' 자동 신고에 가봤더니..'99%'가 오인

(앵커)
최근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난 불이
30분 만에 진압되면서
신속한 신고와 진화에 도움이 된
'자동화재속보설비'가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렇게 정상 작동하면 더없이 좋지만,
평소에 자주 잘못 작동해 소방인력이
헛걸음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다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온종일 화재 신고가 들어오는 광주시 소방본부 상황실.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신고를 접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장음)
"장애인 생활시설입니다. 속히 출동 바랍니다."

불이 남과 동시에 소방에 상황을 알리는
'자동화재속보설비'가 작동하는 경우입니다.

광주에선 일정규모 이상의
노인시설이나 공동주택, 공장 등 914곳이
관련법에 따라 이 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춰놨습니다.

자동화재속보설비가 설치돼 있는 한 복지시설입니다.

천장 곳곳에 감지기가 설치돼 있는데요.

열기나 연기를 감지해서
119에 자동으로 신고하는 역할을 합니다. 

잘 작동하면 빠른 진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지난 주말 아침 장애인 입소자 59명이 살고 있는
한 장애인시설에서 방화로 불이 났는데,
이 설비가 제역할을 해 신속한 출동이 이루어졌고
불은 큰 피해를 남기지 않고 27분 만에 꺼졌습니다.

문제는 정확도가 터무니없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자동화재속보설비가 울려 출동한 사례들 가운데
실제로는 화재가 아니었던 건수의 비율이
최근 몇 년간 99%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습니다.

하루에 6번에서 8번 정도는
소방 인력이 헛걸음을 하는 셈입니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됐을 정도로
어제오늘 문제가 아닙니다.


* 이홍일 / 당시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2021년 행정사무감사)
"소방력 낭비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각에 다른 곳에서 실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에 화재 현장에 어떻게 보면 출동 지연이 될 것으로 봐진단 말입니다. 다른 데 나가 있으면."

*고민자 / 광주시 소방안전본부장 (2021년 행정사무감사)
"예, 그렇습니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는 민간 기술지원단을 꾸려
이 같은 실태를 확인하고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 박판기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방호예방과 소방위
"흡연, 음식물에 따른 거주자의 생활 습관. 둘째는 장마철, 겨울철 습도에 의한 환경적 요인. 감지기 노후 이런 것들이 주요 원인이고."

정확성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제품이나
오래된 설비 등을 교체하면
오작동 비율을 낮출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교체 주기나 의무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 안전을 위한 장치가
소방력 공백을 유발하지 않게 하려면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C뉴스 이다현입니다.

이다현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뉴스팀 사회*교육 담당

"안녕하세요. 이다현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