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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잘못한 거 어수다" 74년 만에 '무죄'

(앵커)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사실을 숨기고
살아온 90대 할머니가 직권재심에서
74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4.3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수형인이
무죄 판결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주문화방송 김찬년 기자입니다.

(기자)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법정에 출두했습니다.

4.3 당시인 1948년
내란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던
97살 박화춘 할머니입니다.

고령으로 귀가 잘 들리지 않아
헤드폰을 쓴 채 증언에 나선 할머니

경찰의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 박화춘(97)/4.3수형인
"(경찰이) 거꾸로 매달아 닦달하니까.
한 일이 없는데 말만 하라고 하니까
거짓말로 보리쌀 두 되 줬다고 하니 그때 내려놓았다."

박화춘 할머니는
전주와 서대문 형무소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연좌제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4.3 피해 사실을 숨긴 채 살아왔습니다.

4.3 희생자 신청도 하지 못해
4.3 특별법에 따른 특별재심 요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검찰이 형사소송법상 재심 조건은 된다며
직권재심을 청구한 것입니다.

* 변진환/검찰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검사
"너무 부끄러워 안 해도 됩니다. 할머니 잘못한 거 없으니까요.
할머니 마음 편하게 가지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면 됩니다."

결국, 74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할머니는 아직도 실감이 가지 않는 듯
담담하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 박화춘(97)/4·3수형인
"아기들(자식들)한테도 못 한 말해서 너무 고맙고.. 할 말은 많아도 할 수가 없네."

* 오영훈/제주도지사
"4·3으로 인해서 단 한 분의 억울함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재판부의 노력에 제주도정도 함께 뒷받침하겠다는 말씀드립니다."

4.3 당시 군사재판 수형인
2천 530명 가운데 아직까지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미신고 수형인은 300여명

제주도는 내년부터
미신고 수형인들의 희생자 신청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직권재심을 통한
명예회복도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김찬년입니다.


김철원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뉴스팀장

"힘있는 자에게 엄정하게 힘없는 이에게 다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