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말 예산까지 확보해놓고
아직도 시행되지 않은 폭염 대책이 있습니다.
무슨 사업이고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이다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원주의 한 버스 승강장입니다.
지붕 쪽에 에어커튼이라는 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여기서 바람이 나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체감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원주 이외에도 울산과 제주 등이
이 에어커튼을 도입했고,
일부 지역은 해마다 혹서기에 맞춰
추가 설치도 하고 있습니다.
*김성수 /울산시 남구 교통행정과
"(에어커튼이) 없는 곳에 계속 설치해달라는 민원이, 요청이 많이 들어오시니까.
항상 그 시즌 다가오기 전에 웬만하면 다 설치하려고 저희가 그렇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광주도 지난해부터 이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2021년 7월,한 시민이
광주시 홈페이지를 통해
에어커튼 도입을 공식 제안했고,
이후 시는 이 의견을 채택해 예산도 확보했습니다.
해가 바뀌고 지난 5월에는
광주시가 5개 자치구에 각각 2천만 원씩,
총 1억 원의 보조금을 나눠줬습니다.
그런데 이미 무더워진 지금까지도
이 예산을 가지고
실제로 에어커튼 설치를 마친 곳은
5개 구 가운데 한 곳도 없습니다.
시민 제안에서 시작된
폭염 대책의 시행이 한발 늦어진 건,
대상지 협의나 현장 점검 등
행정 절차를 거치는 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광주시는 설명합니다.
각 구의 관계자들은 '담당자가 변경됐다',
'먼저 시작된 다른 사업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했다' 등
여러 이유를 들기도 합니다.
* 이성주/광주시 버스행정팀장
"처음 시행했던 것이라서 이렇게 된 것 같거든요.
구청에서도 좀더 발 빠르게 업체라든지 관심을 가지면 좋은데."
에어커튼은 빠른 곳에는 7월 말,
늦은 곳엔 8월 말에나 설치될 전망입니다.
*손승락 / 에어커튼 도입 제안자
"원래 작년에 했던 게, 올 여름을 대비해서 한 거거든요. 답답한 심정이 좀 컸습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의 폭염과
밤에도 푹푹 찌는 열대야는 이미 지난달부터 시작됐습니다.
7월 들어서도 낮 최고 기온이
연일 30도를 넘기는 가운데,
폭염에 대비한 행정의 속도는
시민들의 요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다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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