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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오월을 말하다

남궁욱 기자 입력 2019-05-13 21:00:06 수정 2019-05-13 21:00:06 조회수 10

(앵커)
5.18민주화운동 기간에 광주에서는
3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다치고, 또 죽었습니다.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봐야했던
의료진들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5.18 39주년을 맞아 광주MBC는
국가 폭력의 목격자였던
의료진들의 이야기를 연속 보도합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생명을 위해 헌신했던
의료진들의 활동과 증언을
남궁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민오씨는 아직도 39년 전인 1980년 5월 18일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조선대 의대생이던 이씨는 체육대회를 마치고 돌아가다 금남로에서 난데 없는 봉변을 당했습니다.

계엄군들이 나타나 이씨를 군홧발로 짓밟기 시작한 겁니다.

(인터뷰)이민오/계엄군 구타로 췌장 파열(당시 조선대 의대생)
"(사람들이)데모도 안했는데 갑자기 부대가 시민들을 쫓고 잡으니까 (주민이) 숨겨주셨는데 공수부대 3명한테 발각되어서 굉장히 두들겨 맞았거든요 복부를. 그래서 두들겨 맞아서 췌장이 파열됐습니다."

혈압이 떨어져 생명이 꺼져가던 이씨는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은 뒤에야 가까스로 생명을 구했습니다.

(인터뷰)이민오/계엄군 구타로 췌장 파열(당시 조선대 의대생)
"막 토하고 혈압이 떨어지고 그러니까 이송된 것까지는 기억하는데...이송해가지고 통합병원에서 맨 처음 수술했다고 합니다."

계엄군은 아무 죄 없는 광주시민들을 쫓아가
무차별적으로 곤봉을 휘두르고 군홧발로 짓밟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잔인해진 계엄군은
마침내 총에 대검까지 꽂아가며 학살에 나섰고 광주시내 병원 응급실에는 중상자들이 물밀듯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서순팔/전남대학교 명예교수(당시 전남대병원 임상병리과 레지던트)
"(폭력의 수위가) 그게 심해지죠. 단순한 타박이 아니라 두개골 함몰, 사지골절까지 올 수 있는 그런 심한 정도까지 오게되고"

인정사정 없는 공수부대의 무차별 폭력에 목숨을 잃는 이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차별 구타를 당해 기독병원으로 옮겨진 김경철씨는 5.18 최초 희생자로 기록됐습니다.

(인터뷰)임근단/5.18첫희생자 故 김경철씨 어머니
"군인들 손에 순식간에 눈 한 번 깜빡하니 곤봉으로 맞고 개패듯이 두들겨 맞아서 그런 것을 생각하면 기가막혀서 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악몽에 시달리는데..."

계엄군이 주둔하고 있는 조선대병원을 제외하고는 전남대병원과 기독병원, 국군통합병원 등에는 부상자들이 가득 찼습니다.

응급실이 가득 차는 바람에 병원 복도까지 매트리스가 깔렸습니다.

(인터뷰)안성례/오월어머니집 전 관장(당시 기독병원 간호감독)
"그냥 막 환자는 막 실려 오는데 침대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니 더 이상 어떻게 받을 수가 없으니까 그러면 저기 저 복도에다가 야전용 (매트리스를 깔고 환자를 받았죠)"

하지만 계엄군에게는 병원마저도 공격 대상이었습니다.

전남대병원에 최루탄을 터뜨리고, 총을 쏘고, 병원에 들어와 의료진을 위협했습니다.

(인터뷰)정성수/전남대학교 명예교수(당시 전남대병원 응급실 인턴)
"폭격을 하더라도 십자가가 있으면 폭격을 안 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그 때 공수부대는 응급실 앞에 최루탄을 두 방을 쏜 애들입니다. 당직을 서고 있는데 갑자기 윙 소리가 나더니 최루탄 두 발을 바로 응급실 안에다가 투척을 해 버렸거든요"

열흘간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에 희생당한 광주시민만 3,000명이 넘습니다.

(스탠드업)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환자들을 통해 계엄군의 잔혹함을 마주했던 의료진들.

39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 날의 잔인했던 기억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남궁 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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