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광주 학살의 만행을 알리려다
고문을 당한 이들이
광주 밖에서도 많았습니다.
고문의 충격은
죽음에 이를만큼 혹독했고,
살아도 산 게 아니었습니다.
김철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86년 3월 5일,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예비군 훈련소에서 큰 소동이 일었습니다.
전두환을 찬양하는 시국훈화를 듣던 33살의 예비군 장이기씨가 갑자기 일어나 전두환 대통령의 액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입니다.
이어 "광주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을 처단하자"고 외쳤고 다른 예비군들도 환호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곧바로 헌병대가 들이닥쳐 장씨를 끌고 갔습니다.
(인터뷰)양경화/故 장이기 씨 형수
"너무 맞아가지고 장기가 다 망가진거야. 머리는 완전히 피투성이가 돼가지고 머리가 딱딱 다 들러붙었어. 얼굴은 피투성이가 돼가지고 보고 살 수가 없었어요. 나 너무 놀랬대니까"
청주대를 졸업하고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던 장씨는 결국 사흘만에 숨졌고 시신마저 강제로 화장되고 말았습니다.
&\lt;故 장이기 약력&\gt;
(인터뷰)양경화/故 장이기 씨 형수
"세상에 이 젊은 사람을 이렇게 죽여놓고 또 날새기 전에 캄캄할 때 장례식장으로 가게끔 (당국에서 식구들을) 유도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시신에) 옷이라도 입혀야 할 것 아니냐 옷도 안 입히고. 그 상태로 그대로. 뭐 어디다 얘기해도 들어먹는 데가 없었어요."
(화면전환)
경상북도 안동이 고향인 경희대생 이길상씨 가족의 삶도 비극으로 점철돼 있습니다.
1980년 11월 광주학살의 만행을 알리는 전단지를 뿌리다 붙잡혀 상상치 못할 고문을 당했습니다.
(인터뷰)주동욱/故 이길상씨 과 동기
"자기도 고문을 당했지만 친구가 고문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학생운동의 배후라든지 시위의 관련된 것을 진술하라고 했습니다."
이길상씨의 여동생도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고문을 당했습니다.
이후 정신 질환에 시달리던 누이동생과 오빠는 차례로 투신해 숨지고 말았습니다.
&\lt;故 이길상, 이상희 남매 약력&\gt;
이들 유족들도 세상에 나서길 꺼리며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스탠드업)
광주와 광주시민들을 위해 또 5.18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독재정권과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 중에 이름을 아는 분이 얼마나 되십니까?
광주가 이 이름들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누가 기억해야 할까요?
MBC뉴스 김철원입니다.
故 장이기 씨
- 1953년 충북 청주 출생
- 1979년 청주대 경영학과 졸업
- 1986년 3월 예비군훈련도중 보안사 연행
- 2001년 민주화운동관련자 인정
故 이길상 씨
-1960년 경북 안동 출생
-1979년 경희대 사학과 입학
-1980년 5.18 전단지 돌리다 연행, 고문
-1998년 정신질환 치료도중 투신 운명
故 이상희 씨
-故 이길상씨 여동생
-1969년 강원 삼척 출생
-1988년 경원대 입학
-1990년 집회도중 연행돼 구속, 고문
-1996년 정신질환 치료도중 투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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