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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전 오늘 리포트11 - "죽음으로 광주를 지키다"

김철원 기자 입력 2013-05-27 20:09:53 수정 2013-05-27 20:09:53 조회수 14

(앵커)

33년 전 오늘은 계엄군에 의해 도청에 있던 시민군이 진압된 날입니다.

처참한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광주시민들의 희생은 33년을 거치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부활했습니다.

김철원 앵커입니다.

(기자)

새벽 3시.

도청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여성의 애절한 목소리가 광주 시내를 울리고 있습니다.(1980.5.27.화요일 맑음. 아침최저 8도, 낮최고 22도)

(인터뷰)박영순/27일 새벽 마지막 방송 담당
"광주시민 여러분, 계엄군들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최후까지 도청에 남은 2백명의 시민군들은 저마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은 외무담당 부위원장 정상용과 마지막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죽음이 코 앞에 다가와 있었지만 대화 내용은 담담했습니다.

(인터뷰)정상용 당시 항쟁지도부 부위원장
"상원아 후회 없냐? 죽어도 후회 없냐?"

"형님, 형님 후회하지 마십시오. 이렇게 죽는 것은 역사 속에서 영광스럽습니다." (이런 얘기를 마지막으로 나눴습니다.)

(녹취)계엄군이 총 쏘는 소리/
"탕 탕 탕"

이른바 '폭도소탕작전'은 30분도 안돼 끝났습니다.

도청 안에서 14명, YMCA 등 도청 인근에서 12명 등 26명이 계엄군의 총탄에 이슬처럼 스러져 갔습니다.

2백명도 안되는 시민군이 100배나 많은 2만명의 정규군에 맞선다는 건 애초에 말이 안되는 싸움이었습니다.

계엄군은 승전가를 불렀습니다.

(녹취)군가
"되게 하라. 특전부대 용사들."

광주를 진압한 전두환 중앙정보부장은 그 해 9월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79년 12.12부터 10개월에 걸친 쿠데타의 완성이었습니다.

(녹취)
"제 11대 대통령으로..."

광주를 진압한 이들이 정권을 차지하고 대통령이 되고 훈장을 챙기면서 광주는 잊혀지는 것처럼 보였고 이젠 다 끝난 것처럼 생각됐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전두환 집권 내내 민주화를 요구했고 그리고 마침내 87년 6월 항쟁 때 민심이 폭발했습니다.

(인터뷰)유시민/'기억하는 자의 광주' 대표 저자
"1980년 5.18 이후에 1987년 6월 항쟁 때까지 7년간 당시 민주화운동을 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했던 생각이 광주의 전국화, 5.18의 전국화, 10개 20개의 광주는 진압 못한다. 저 쪽에서..."

민주화 이후 5.18은 극적인 반전을 맞습니다.

폭도들은 유공자가 됐고 폭동은 한국민주주의의 상징적 사건이 되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다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세력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틈을 노리고 있습니다.

(인터뷰)정수만/5.18유족회 전 회장
"다들 이제 뭐 다 밝혀졌지 않았냐라고 이야기하는데 정작 중요한 것들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진실은 꼭 밝혀져야 된다그러는데 체적 오월의 진실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어요."

33년 전 오늘, 이 곳을 지키던 시민군은 예정된 죽음을 각오했습니다.

그들의 희생은 이후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꺼지지 않는 등대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죽음으로 광주를 지켜낸 이들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을 보고 뭐라고 생각할 지가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MBC뉴스 김철원입니다.

영상취재*편집 강성우
c.g. 오청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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