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5.18당시 계엄군에 맞서 총을 들었던 시민군이
자신의 집에서 혼자 지내다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계엄군이 쏜 총에 발을 다쳤고
고문 후유증으로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받았는데
죽음마저 쓸쓸했습니다.
임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76살 허 모씨의 집입니다.
몸이 불편하게 홀로 사는 허씨가 연락되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지인이 집을 찾았는데 방안에 홀로 숨진 채 누워 있었습니다.
경찰은 몸이 불편한 허씨의
지병이 악화돼 숨진 것으로 추정합니다.
* 주변 이웃 / 음성변조
"5.18때 다쳤던 부위가 아파가지고 술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고 몇번 이야기했어요."
허씨는 43년 전 시민군이었습니다.
일정한 직업이 없이 넝마를 줍고 다니다
광주시민들을 학살하는 계엄군에 맞서
총을 들었습니다.
그러던 1980년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상무관에서
계엄군이 쏜 총에 발목을 다쳤고
계엄군에 붙잡혀 모진 고문을 받았습니다.
* 허00/ 생전인터뷰(광주MBC 5.18 26주년 특집 다큐멘터[사라진 자들의 외침!]
"도롯가에서 탱크 발사 준비되고 있었고 시민군은 밖에서..
모든 것을 잊어버리려고 그러는데 오늘 또 생각이 나네요"
허씨는 고문 후유증으로
일평생을 오른쪽 허벅지 마비 증상에 시달렸고
변변한 소득과 직업 없이
자치단체 도움으로 근근이 살았지만 그래도
불의에 맞선 시민군이라는 자부심으로 버티고 살아왔습니다.
* 고 조비오 / (광주MBC 5.18 26주년 특집 다큐멘터[사라진 자들의 외침!]
"오히려 명예를 지키는 것인데 그러나 항복하면
우리는 그 책임이 광주에 대한 이 엄청난 책임을 결국은
우리(넝마주이)한테 물을 것 아니냐 이거야..."
15만 원짜리 월세방에서 홀로 지내다
숨진지 한참이 지나서야 발견된 허 씨.
누가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빈소엔 영정사진도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한평생 외롭게 살아왔던 5.18 시민군은
죽음마저 쓸쓸했습니다.
MBC 뉴스 임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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