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재난 문자,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위급한 상황에는 반드시 필요한 안내인데요.
이주 노동자 등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의 수가 크게 늘고 있는데도,
재난문자는 한글로만 제공되면서
외국인들이 재난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서일영 기자가 현장에
[한걸음더] 들어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국땅에 홀로 시집와 고생하는
딸의 육아를 돕기 위해 3개월 전 한국으로 온 부부.
베트남 농촌지역 출신에 고령이다보니
당연히 영어와 한국어에 서툽니다.
그런데 며칠 전,
집이 흔들리는 진동을 직접 느낀 뒤
이웃에 도움을 요청해야 했습니다.
맞벌이로 딸 부부가 떠난 뒤
갑자기 경보음과 함께 도착한 문자의
어떤 문구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황티옥빅 / 베트남 다문화 가정
"나중에 주변 사람이 '지진이 있었다'하고
그다음에 그날(지진 당일)에 느꼈기 때문에
'아 그게 지진문자 였구나' 생각했습니다. "
올해 12만 명으로
매년 역대 최대 인력 규모를 경신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역시 긴급 재난문자 속
단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집니다.
* 히바 / 네팔 E9비자 이주노동자
"많은 비가 오거나 갑자기 지진 나오는 시간에
갑자기 밖에 나오는 거...우리도 딱 시간에 알려주면
(피해서) 나갈 수 있어요. 모르니까 어떡해 우리"
주민 7명 가운데 한 명이 외국인인
이곳 영암은 가게 간판은 물론,
이같은 현수막에서도 다양한 언어를
만날 수 있는데요.
정작 위험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는
한국어로만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지진 사실을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무안의 한 대학교에서 2년째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천배완씨.
고국 친구들과만 어울리다보니
한국어가 서툴러 긴급재난문자는
번역앱을 이용하는데, 번거로움에
이해를 포기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 천배완 / 베트남 유학생
"소리가 나는 문자 받았는데 근데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몰라서 그래서 그냥 중요하지
않겠지 생각하고 지나갔어요. "
지난 2월 정부가
핵심정보 일부를 영문으로 함께
표기하기 시작했지만, 다양한 국가의
이주노동자들이 이해하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는 상황.
이때문에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위해
재난경보를 개선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됐습니다.
* 배준영 / 정의당 광주광역시당 사무처장
"재난과 위험이 일상화된 시대에 재난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문자나 외국인에 대한 대처방안도 다양하게 지원이 돼야 할 것입니다"
지난달 기준 국내 거주중인
외국인은 193만 명.
실제로 전남을 오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수도
지난 2022년 천여 명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3천 8백여 명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서일영입니다。
Copyright © Gwangj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