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오감도'는 세상을 진단하는 도구

이재원 기자 입력 2024-09-12 15:53:12 수정 2024-09-12 17:59:59 조회수 452

(앵커)
일제 강점기,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던
천재 시인 이상은 
난해한 시를 남긴 시인으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숫자판이 나열된 오감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쾌한 해석이 존재하지 않는데요.

광주과기원의 학부생들이 
물리학을 접목시켜 
'오감도는 세상을 진단하는 도구'라는 
새로운 해석법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재원 기잡니다. 

(기자)
천재 시인 이상이 1934년에 발표한 
오감도 시제4호.

0부터 9까지의 뒤집어진 숫자가 
점으로 단절된 채 연속적으로 씌여져 있습니다. 

뒤집혀진 숫자만큼이나 명쾌한 해석이 
존재하는 않는 오감도에 대해 
광주과기원 연구팀이 물리학을 접목시킨 
새로운 해석법을 제시했습니다.

이수정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먼저 숫자판을 원기둥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도넛 형태의 토러스로 말았더니
뒤집혔던 수열이 정상적인 형태로 읽혔고,

수열을 연결하는 수많은 폐곡선들이 
도넛 표면에서 
무수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 이태균 광주과기원 3학년(제 1저자)
"(오감도가) 숫자로 이뤄진 것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벡터라는 어떤 오브젝트를 떠올리게 되고 하니까..그
런 과정에서 전자기학을 오감도에 적용해서 생각해보면 재밌겠다(싶어서)"

연구팀은 토러스 표면에 나선형 궤적이 
그려지며 닫힌 공간을 형성하는 과정에 
전자기학의 핵심 원리인 
스토크스 정리가 이용됐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도넛 내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고, 
겉 표면을 지나는 무수히 많은 선은 
청진기처럼 내부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겁니다.

* 임혁준 광주과기원 3학년(제2저자)
"(시인)이상이 이러한 도구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세상을 볼 수 있는 그런 진단 도구를 만든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 생각하고 있어요"

비정상이 정상으로 강요되는 식민지 세상을 
진단해봐야 한다는 내용의 시로 해석되는데,

글이나 목소리로 남기기 어려운 시대적 상황이
물리학과 접목돼 오감도로 탄생했다고 
연구팀은 해석했습니다.

* 이수정 광주과기원 교수(교신저자)
"병적인 것들을 진단해 내겠다..그리고 정상적이고 
문제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런 점을 일깨워 주고자 (오감도를 지었다)"

이상이 1929년 경성공업학교에 다니면서
물리학을 배운 점도 연구팀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사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해석이 분분했던 오감도 시제4호를 
물리학과 접목시켜 
식민 시대의 아픔으로 해석한 
연구팀의 논문은 
한국시학연구 8월호에 게재됐습니다.

MBC뉴스 이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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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이재원 leejw@kjmbc.co.kr

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교육 담당

전 뉴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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