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50대 여성이 집 앞에서 맨홀 구멍에 빠져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마치 함정처럼 덮개도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하지만 맨홀을 설치한 농어촌공사와 
관리권을 넘겨받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피해자는 병원비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MBC충북 이초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9월, 추석 연휴 첫날.

50대 여성이 집 앞 텃밭을 가꾸다
3미터 깊이 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몸을 가누기 힘든 큰 충격에
살려달라고 외치기를 15분.

남편이 뒤늦게 발견해 119에 신고한 뒤에야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누군가 배수를 위해 파놓은
사각형 맨홀이었는데
함정처럼 덮개도 없이 땅만 파놓은
상태였습니다.

"사고 당시에는 이 펜스도 없었고,
수풀로 뒤덮여있어 
피해자는 구멍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3미터가 넘는 깊이에 빠졌습니다."

피해자는 이 사고로 왼쪽 발목이 골절되고
피부 이식 수술을 하는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예전처럼 걷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피해자 남편
"병원에서는 6개월 후에 봐야 알겠지만 
장애 나올 확률이 매우 크다라고 얘기를 하고..."

하지만 누구도 사고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맨홀을 설치한 건 한국농어촌공사입니다.

30년 전인 1995년, 
농어촌공사가 사고 지점을 포함해
경지 정리를 하고 배수시설을 설치하면서
맨홀을 팠습니다.

당시 맨홀 뚜껑을 설치했는지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5월
해당 지역을 관리 구역에서 해제했고, 

지금은 시설물 관리 주체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국가 소유 땅이어서 지자체인
보은군이 관리 책임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공사에서 현재로서는 관리하고 있는 
수혜 면적이 아니기 때문에 
그 시설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저희 공사가 
관리할 시설물로 볼 수가 없는 부분이거든요."

이에 대해 보은군은 
농어촌공사가 관리 구역을 해제하면서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아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면서,
관리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반박합니다.

* 보은군 관계자
"관리 구역에서 해제가 됐다고 하더라도 인수인계라든지 
이런 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면 (농어촌공사가) 
관리를 계속하는 게 맞지 않느냐..."

두 기관이 책임을 미루는 사이
수백만 원에 이르는 치료비는 모두
피해자 몫으로 남았습니다.

* 피해자 남편
"이게 명확히 어디 건지만 정확히 가르쳐 달라고 얘기했어요. 
제가 소송을 걸어도 어디 건지를 알아야 소송을 걸건데 
이 쪽도 아니고 저 쪽도 아니다라고 그러고..."

두 기관 모두 피해자가 소송을 걸어
책임이 가려지면
피해자에게 보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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