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낡은 물건에
오랜 쓰임의 흔적이 남아 있듯이,
사람의 몸에도
살아온 궤적이 기록돼 있습니다.
황혼에 접어든 노년의 몸에
삶의 숭고함과 고독을 담은
한 중견 화가의 전시회를,
박수인 기자가 소개해 드립니다.
(기자)
벽면 가득한 화폭에 담긴
거대한 붉은 몸은 비현실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익숙합니다.
거친 바람에 풍화된 바위처럼
삶의 풍파가 새겨진
나, 혹은 누군가의 몸입니다.
바닷가 석양처럼 붉은 빛이
메마른 황혼의 살갗을 감싸안았습니다.
박치호 작가에게 몸은
관능과 탐미의 차원을 넘어서는
상처와 고독의 증언이자
성찰과 관조의 주체입니다.
* 박치호 작가
"몸 안에는 무수히 많은 어떤 축적된 삶의 기억들,
삶의 흔적들이 저장돼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몸을 통해서
한 인간의 삶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기억의 저장소인 몸과 달리
단순하고 모호하게 표현된 얼굴은
망각이라는, 시간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시간과 그 위에 축적된 흔적에 대한
작가의 관념은
인간을 넘어 자연과 사물에도 닿아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자라고 작업해온 작가에게
수평선 너머로 지는 해와
파도에 떠밀려온 사물은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 박치호 작가
"바닷가에 휩쓸려온 사물들이나 지금 어떤 인물들 이런 것들이,
결국 어떤 우리의 삶 자체, 부유하는 삶, 이런 것들이 그대로 여기에서 드러나 있고"
삶의 숭고함을 담은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칭찬을 주고 싶다는
박치호 작가의 전시는
4월 1일부터 27일까지
광주 [예술공간집]에서 선보입니다.
엠비씨뉴스 박수인입니다.
#박치호 #전시회 #광주예술공간집
Copyright © Gwangj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문화 담당
전 보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