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그제서야 보수?.. 땜질식 여전

임지은 기자 입력 2025-03-31 18:19:01 수정 2025-04-01 10:24:42 조회수 97

(앵커)
30일 장성에선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의 수문이 망가져 
과실을 키우는 비닐하우스 9동이 
물에 잠기는 피해가 났습니다.

노후화 된 수문 장비가 문제였는데, 
해당 저수지는 최근에도 '안전 보통' 
등급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누수가 없으면 
보수는 필요 없다는 식입니다.

임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장성 삼계면의 약 100헥타르 농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죽림저수지입니다.

농번기철 
가득 차 있어야 할 물은 온데간데 없고 
굴착기가 저수지 밑바닥에 있는 
흙을 쓸어담고 있습니다.

상류에 가둬진 물을 하류로 
공급하는 통로의 수문이 터지면서, 
저수지 물이 인근 농지로 
모두 흘러버렸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곳까지 물이 차 있었는데 
지금 밑바닥이 훤히 드러나있습니다

하루에 유실된 저수지 물의 양만 
26만 톤에 이릅니다."

* 양소열 한국농어촌공사 장성지사 사업부장 
"지금은 복통(수로) 입구를 막기 위해서 
물을 일시적으로 안 들어오게 가체절(물막이 구조물)을 시공하는 중입니다. 
복통(수로) 내부를 콘크리트를 채워서 물막이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67년 전에 지어진 이 저수지는 
직경 1미터짜리 관을 목재 수문이 
막고 있는 형태로 설계됐습니다.

오랜세월 물 속에 있던 
목재 수문은 변형이 왔고,

결국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 겁니다.

하지만 농어촌공사는 
사고 전까지 이 저수지에서 
안전 사고가 날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22년 정밀안전진단에서
보수가 필요없는 C등급을 받았고,

사고 불과 5일 전에도 
분기별 검사를 실시했지만,
수면 아래 사고 위험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16년 영암의 한 저수지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11만 톤이 쏟아져 농경지 2헥타르가 침수됐는데, 
60년이 지난 수문 장비가 원인이었습니다.

* 유중근 /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시설처 시설개선부 부장 
"각낙판이라는 나무판을 이용해서 시공을 했습니다. 
이 각낙판이 노후되면서 변형이 되고 누수의 원인이 된 것 같습니다."

노후화된 저수지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전남의 저수지 1천 50곳 중 
당장 보수가 필요한 D등급은 
한 곳만이 지정돼 있을 뿐입니다.

* 농어촌공사 지역지사 관계자 (음성변조)
"농림사업비 자체가 계속 축소되는 추세에 있고요. 
당장 국비를 동원해서 몇십억, 몇억을 들여 보수하는 쪽으로 
위험하다고 판단을 안 하는 거예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땜질식 처방이 반복된다면 
피해는 또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사는 다음달 중순까지 복구 공사를 마무리 한 뒤, 
인근의 평림댐에서 농업 용수를 끌어와 공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MBC뉴스 임지은입니다.

 

#농어촌공사 #저수지 #수문파손 #비닐하우스 #침수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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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은
임지은 jieun@kjmbc.co.kr

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탐사*기획 담당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주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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