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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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인터뷰]연탄과 한국사회, 관련 이야기와 의미(최요한 평론가)

연탄은 한 때 ‘전체 난방 연료의 80퍼센트’에 달할 정도였고요,
그야말로 국민 연료였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사양화의 길이 불가피해지고...

지금은 14만 가구의 소외계층 사람들과 화훼단지,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제한적 연료로 쇠락했지만,

연탄이 준 따뜻한 겨울의 추억,
또 우리 생활 속에서 가깝게 자리해 있던 연탄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합니다.

연탄과 한국사회의 이야기, 또 의미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최요한 평론가입니다.

/인사/


Q 1. 연탄이 사양화의 길로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전국적으로 연탄을 주연료로 사용하는 가구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정도 인가요?

: 연탄은행이라는 곳이 있어, 에너지 빈곤층의 복지지원 사업을 수행하는 재단법인
: 2년에 한 번씩 자체 조사를 해 온 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연탄사용가구는 14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고 해
: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1년 전보다 오히려 1만 가구 이상 늘었는데 이 가운데 월평균 소득이 30만 원이 안 되는 절대빈곤층이 10만 가구라고 연탄은행 측이 주장해
: 정부가 연탄쿠폰을 지원하는 가구가 6만 4천 가구인데, 약 4만 가구가량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보이는 거지.
: 연락도 안 되는 부양가족이 있어 지원이 안 되거나, 집집마다 조사할 인력이 부족해 정부 집계에서 빠진 사람들이라는 거야
: 정부에서는 연탄에서 기름보일러 교체 비용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이건 유명무실한 처방이야, 난방용 기름 값이 연탄 값의 2, 3배 수준이나 되는 상황이라서 그래
: 이 사각지대에 있는 4만 가구들이 우리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보듬어야 하는 가구라고 생각해


Q 2. 어제는 정부가 연탄가격을 인상하려다가
철회했다는 소식도 들렸는데,
연탄 가격, 현재 어떻게 되나요?

: 연탄이 공장에서 나올 때 매기는 가격 기준으로는 장당 639원
: 각종 비용을 합한 소비자가격은 장당 800원
: 연탄을 주로 사용하는 고지대 달동네, 옥탑방, 농어촌 산간벽지 등은 배달료를 많이 내야 해 실제 가격은 장당 950∼1100원까지 올라가
: 가정용으로 쓰는 구멍 25개짜리 연탄으로 방 한 칸을 따뜻하게 하려면 하루 최소 3, 4장이 필요
: 한 달이면 150장 정도 필요하고, 연탄을 많이 쓰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7개월 동안 최소 1050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
: 이를 소비자가격 800원으로만 계산해도 한 달에 12만 원이 들어
: 1년 전에 비해 2만 원 정도 오른 거야
: 겨울을 나려면 연탄 구매비로 배달료까지 포함해 한 달에 14만 원 이상이 든다고 해


Q 3. 에너지 빈곤층에게 한 달에 14만 원이라는 돈은
결코 적지 않은 돈인데요,
아까 사각지대 이야기도 하셨지만
정부가 보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가요?

: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989년 연탄 가격을 생산원가 이하로 정하는 대신에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손해를 보전했어
: 연탄 가격이 오랫동안 동결돼 수요는 그대로인 반면 생산비용이 높아지면서 국내 생산 석탄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줄어들었어
: 또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라 탄광 수를 꾸준히 줄인 것도 생산량 감소의 원인이기도 해
: 결국 정부는 2003년부터 연탄의 공장도 가격을 10% 올리기로 했고
: 이후 몇 년간 유지되던 연탄 가격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인상 되었어
: 정부가 연탄 소비를 크게 축소하기로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지
: 문제는 정책 의도와 달리 고유가나 경제난 등으로 연탄소비 가구가 오히려 늘었어, 2004년 18만2100가구였던 연탄 소비 가구는 2006년 27만100가구로 급증했지
: 그래서 너무 비싸다는 반발이 심해지자 정부는 연탄사용 저소득 가구에 쿠폰을 지급하기 시작했어
: 2010년 이후 연탄 가격은 안정되는 듯했지만 2016년 다시 올랐는데, 이것은 세계적인 화석연료 감축계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보조금을 더 줄인 탓이야
: 정부 당국자는 생산자 보조금을 축소하는 대신에 저소득층 가구에 대해 직접 지원은 강화하겠다, 라고 이야기 하지만, 아까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사각지대조차 놓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직접지원?
: 일각에서는 대한석탄공사의 막대한 적자를 메우려고 연탄값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 실제 2013년에 석탄공사는 1조4000억 원의 부채를 줄이려고 무연탄 가격을 연평균 5% 인상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어

: 어제 속보로 이번에 정부가 연탄 가격을 인상하려다가 민관에너지정책협의회(가칭)를 구성하는 등 일방적으로 연탄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가 나왔어, 다행이지


Q 4. 하지만 앞으로 연탄가격이 인상될 가능성도 있는 거네요?

: 연탄 가격은 앞으로 더 올를 것으로 보여
: 정부는 2020년까지 생산원가 수준으로 판매 가격을 올려야 하는 만큼 연탄 생산자에게 주는 보조금을 폐지할 수밖에 없다, 라고 이야기 하고 있어
: 현재 연탄 가격은 생산 원가의 91% 수준인데, 연탄쿠폰 지원 단가를 인상해 서민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요건이 맞지 않아 지원을 못 받는 계층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야

: 일단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해마다 2~4월이 ‘연탄 보릿고개’로 통해
: 2월부터는 연탄 난방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연말까지 집중되던 후원이 1월부터 급감하기 때문이래
: 지난 설을 앞둔 31일, 연탄은행 관계자들은 ‘연탄 가격 동결해달라’는 20만4207명의 요구를 담은 청원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는지, 일단은 동결이 되었어
: 하지만 언제든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지


Q 5.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연탄을 사용하기 시작한 때가 언제였지요?

: 예전에는 땔감으로 나무를 베어다 사용하다보니 삼천리 금수강산이 민둥산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 연탄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나무를 베는 것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산림녹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함
: 보통 가정에서 사용했던 연탄이 구멍이 아홉 개라고 해서 구공탄이라고 불려
: 구공탄 외에도 십구공탄, 삼십이공탄이 있어

: 화력이 강하면서도 오래 타고 다루기 쉬우며 경제성 또한 높아서 1950년대 이후 가정의 난방용으로 널리 사용되었고, 쌀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생활필수품으로 꼽혀왔어
: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식당이나 점포·학교·사무실 등에서도 난방 및 연료로 썼으며 이에 적합한 난로까지 등장
: 단점은 고체연료인데다가 불이 붙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나마 잘 마른 상태가 아니면 불이 붙지 않는 등의 결점
: 처음 불을 붙이기 어렵고 때를 놓쳐서 한 번 꺼뜨리면 다시 불붙이기 어려워
: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번개탄, 번개같이 불이 붙는다고 해서
: 톱밥에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혼합한 것으로 가볍고 가격 또한 싸서 널리 이용되었지


Q 6. 한 때 소비량이 대단했잖아요? 지금은 많이 줄었고요?

: 연탄소비량은 1970년의 경우 1,183만t
: 1980년의 2,083만t에서 1986년에는 2,692만t으로 최고 정점을 찍고 나서 내리막길에 들어서
: 2015년에는 147만톤, 2016년에는 126만톤을 기록하다 지난해 109만톤까지 줄어
: 최고 정점인 1986년에 비해 4.5% 수준

: 산자부는 저소득층 가정집 연탄보다는 주로 비가정용 수요가 줄어들었는데, 국제유가가 상승했던 2000년대 중반 잠시 소비량이 늘어났지만 유가가 안정화되면서 다시 줄기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있어
: 탄을 캐는 깊이 또한 매년 25m씩 깊어져서 채탄의 경제성이 낮아지고, 평균 탄질 또한 매년 20∼30k씩 떨어지는 형편이라고 하는데 근래에 외국산 고질탄을 수입해 섞어 쓰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해


Q 7. 기억나는 것이 학교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어떤 곳은 조개탄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 초등학교 때는 연탄을 사용했었는데 중학교 가니까 조개탄을 사용했어
: 조개 모양이라고 해서 이름을 조개탄이라고 붙였는데, 요즘은 캠핑장에서 가끔 사용하는 것을 봤어
: 무연탄을 주원료로 목탄가루, 콜라이트 등을 혼합하고 펄프폐액이나 전분을 점결제로 사용해
 : 연탄과 달리 조개탄은 먼지도 많이 나고 특히 조개탄 다 태우고 집에 가면 코밑이 시커멓게 되어 있고, 코를 풀면 시커멓게 나왔어
: 그 먼지 속에서 성장한 거야



Q 8. 사실 ‘연탄’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이미지가 있지요?

: 어릴 때 연탄불 앞에서 옹기종기 앉아서 국자에 설탕 녹여 먹는 달고나 생각이 제일 먼저 나, 달고나는 연탄불에 해 먹어야 맛있지 나중에 나오는 곤로, 또는 가스불에다 하면 전혀 맛이 안나

: 또 겨울에 얼어서 미끄러지기 쉬운 곳에 누가랄 것도 없이 사람들은 다 타고 난 연탄재를 던져서 깨서 미끄러지지 않게 했어
: 지금은 없어서 못하지만, 여튼 연탄은 요긴하게 많이 썼어

: 방송 전에 친구들에게 연탄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냐, 물어보니까 따뜻함이래
: 군대에서 연탄, 등유, 경유 함께 태웠는데 연탄이 제일 후끈하고 오래가더라고
: 또 연탄은 군대에서 위장크림으로도 요긴했다고, 아마 피부에는 좋지 않을 것임


: 어릴 때는 아버지 월급날에 맞춰 팔백장이냐 천오백 장이냐 하면서 월동준비를 했는데, 어머니는 한 겨울에 쌀과 김치, 연탄을 쌓아 놓으면 온 겨울이 따뜻한 느낌이라고 말씀 하셨지


Q 9. 그렇지만 또 우리 사회에서는
‘연탄가스 중독’ 사고가 끊이질 않았고,
많은 분들이 숨지기도 했어요?

: 연탄보일러가 아니라 연탄 아궁이로 난방을 하던 시절, 연탄 가스가 구들장 사이 틈을 통해 새어들어와 연탄가스 중독을 일으켜
: 결국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나
: 연탄 보일러가 보급되고 나서는 이런 사망사고가 줄어들어
: 연탄아궁이와 보일러를 헷갈리는 기자들도 있어

: 연탄가스는 연탄의 불완전 연소에 의해 생기는 일산화탄소(CO)
: 체내 조직의 산소공급이 차단되고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두통, 경련, 구토를 유발시키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 예전에 어른들은 연탄가스 중독에 동치미 국물이 직효를 본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사실은 별 근거는 없어
: 연탄가스 중독으로 의식이 없는 사람의 의식을 깨워서 일산화탄소 없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하는데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사실은 근거가 없다고 해

: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연탄가스에 중독된 덕선이가 혼자 기어나와서 동치미 국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장면에 박장대소를 한 적이 있는데 이건 그때의 경험들을 표현한 거지


Q 10. 한 때는 연탄과 관련한 시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는데?

: 특히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줬어
: 아주 짧은 제 줄밖에 안 되는 시

: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2004년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에 수록된 시야
: 연탄재를 보면서 다 내어주는 이타적인 삶을 표현한 시인데 연탄을 보면서 미안함을 느끼게 된 시였어

: 연탄 한 장만 봐도 정말 많은 이야길 나눌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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