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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5.18참상을 알린 여고생의 일기장_주소연 씨_시선집중광주_20180504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최은영
■ 진행 황동현 PD
◇ 황동현 진행자(이하 황) - 황동연의 시선집중 3부 시작합니다. 주목할 만한 지역 인물들과 인터뷰하는 시간이죠. 오늘 이 사람. 오늘 이 사람 만나볼 분은 5.18, 좀 전에 이야기했던 38주년을 맞아서 서울 옛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리는 5.18 기록물 전시회의 작품. 그분의 일기장이 지금 전시된 분입니다. 당시 현장 상황을 고스란히 남긴 여고생의 일기장 이야기는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그 일기장,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자료이기도 합니다. 여고생 일기장의 주인공 주소연 씨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주소연(이하 주) - 안녕하세요.
◇ 황 -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계시는지 먼저 짧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 주 - 서울시교육청에 근무하고요. 장학관으로 있습니다.
◇ 황 - 지금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육자로서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 주 - 네, 그렇습니다.
◇ 황 - 당시 여고생으로서 일기장을 꼼꼼히 쓰셔서 이게 정말 소중한 기록이 됐는데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도 소개 좀 해 주세요.
◆ 주 - 5.18 당시에 계엄군이 들어와서 점령하기 전까지에 있었던 신문에 나왔던 내용을 스크랩해서 기록한 내용이고요. 제가 그때 상세하게 적지 못했습니다.
◇ 황 - 당시 일기를 이렇게 쓰면서 이 상황들. 그때의 상황을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으셨던 거예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기록을 하신 거죠?
◆ 주 - 도청에 있다가 계엄군에게 점령되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잖아요. 저녁에 피신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묻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황 - 이 역사가 묻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드셨단 말이죠?
◆ 주 - 네. 너무나 억울했고 무서웠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도청 안에서 봤던 내용을 자세히 기록할 수는 없었고요. 왜냐하면 이게 노트가 발각되었을 때 제가 폭도로 몰려서 어떤...
◇ 황 - 두려움도 있으셨을 거고요.
◆ 주 -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전반적인 상황과 스크랩, 신문 스크랩을 해서 전반적인 상황을 적는 것으로.
◇ 황 - 그때 기록했던 부분들이 이렇게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서 5. 18 당시의 상황을 잘 알리는 그런 상황, 그 기록물이 됐는데요. 유네스코에 등재됐을 때도 기분이 좀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 주 - 사실은 그 노트를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었습니다, 유네스코 등재하기 전까지. 그런데 이제 우연한 기회에 그 노트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고 그중에 유네스코 등록하기 한 해 전에 10월쯤에 아마 기록물 등재를 준비하고 있던 분들이 저를 찾아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미디어에 알려지게 된 거죠.
◇ 황 - 그 당시 여고생이었는데 도청에 계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시 상황, 여고생으로서 느끼는 그 당시의 상황 짧게 어떤 느낌이셨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 주 - 저는 이제 광주여고였기 때문에 그 상황을 학교에서 다 볼 수 있는 위치잖아요. 저희 집도 남광주였기 때문에 다 볼 수 있는 위치였고요. 휴교령이 내려졌고 이제 저희가 도청에 나갔을 때, 그리고 발포했을 때 이런 걸 보면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군인이 시민에게. 그래서 옆에서 사람들이 누군가는 뭔가 이거 죽어가는데 그냥 있을 수가 없었죠.
◇ 황 - 옆에서 지금 사람이 죽어가고 그런 현실을 눈으로 보시는데 언론이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전혀 그것과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던 거 아니겠습니까?
◆ 주 - 그것 때문에 두려웠고 그것 때문에 기록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황 - 그 상황 때문에 누군가는 이 현실을 정말 냉정하게 기록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셨다는 말씀이신데요.
◆ 주 - 그렇죠.
◇ 황 - 그때 두려움,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크셨을 것 같아요?
◆ 주 - 굉장히 컸죠. 그때는 어찌됐든 도청 안에 있었을 때는 그렇게 두려움은 없었어요, 사실은. 왜냐하면 다들 유서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죽을 각오로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두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27일 점령이 됐을 때 저희가 동명교회로 피신을 해 있었거든요. 밤 12시 넘어서 동명교회로 피신을 했었는데 아침에 가택 수색이 있어서 저희가 집으로 걸어오는 과정에서 검문도 당하고 이렇게 걸어오면서도 그런 부분을 볼 수 있었잖아요. 사실은 두려움은 그 이후에 살면서 많이 느꼈어요.
◇ 황 -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5.18이 일어난 지 38년이 지났는데 그때의 두려움이 이렇게 트라우마로 삶 속에서 많은 분들이 안고 살고 계시지 않습니까? 우리 선생님도 그런 부분들을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들 때문에 많이 아프시기도 하고 그러실 텐데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또 이겨내셨어요?
◆ 주 - 그냥 숨기고 사는 것.
◇ 황 - 그게 바로 진실이 규명돼야 될 이유가 아닌가도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선생님? 그때의 기억들. 앞으로 5.18의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도 지금 만들어지고 그러는데 과연 어떤 진실들이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 주 - 저는 왜 그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야 했는지. 그리고 거기에서 참여했던 사람들이 몇 십 년 동안 고통을 받고 살았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좀 해소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제가 공무원이기도 하고 살면서 서울에 살았잖아요. 그러면서 사실은 이 이야기가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었고 그 노트도 이제껏 내놓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그런 이유였고 5.18 유공자, 기타유공자이기는 한데 저는 처음에 안 했다가 마지막에 했는데 그 이유가 저처럼 이렇게 숨겨져서 가슴앓이를 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었어요. 그래서 그 트라우마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그런 부분들이 좀 해야 되고.
◇ 황 - 알려져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셨네요.
◆ 주 - 알려져야 되고 보호가 되어야 하고. 그리고 저는 아직도 5.18묘역도 못 가고 지금도 이렇게 통화를 하면서 가슴이 아프고 그렇습니다.
◇ 황 - 38년 전의 그 기억들이 지금까지도 가슴 속에 매여 있어서 이렇게 먹먹하게 목이 메이시는데요. 그래도 진실에 대한 확실한 규명은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이 많은 활동들을 하시면서 그때의 기억들, 불합리한 세상에 대한 기억들을 꾹 누르고 감추고 사셔야 됐다는 것, 참 아픈 현실 아니겠습니까?
◆ 주 - 그렇죠.
◇ 황 - 이제는 말할 수 있는 그런 상황들을 좀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특히 선생님께서 안네 프랑크의 일기. 독일 당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의 어떤 만행을 다룬 안네 프랑크의 일기와 또 이렇게 비견되기도 하는데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또 드시는 생각들을 이야기해 주시죠.
◆ 주 - 저는 만약에 그때 당시에 조금만 제가 더 용기가 있었다면 저는 그 도청에 있었던 상황을 아마 더 낱낱하게, 낱낱이 기록을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두려웠기 때문에 그렇게 기록을 했거든요.
◇ 황 - 그런데 결국은... 말씀하십시오.
◆ 주 - 제가 살아가는 데 너무 힘이 들 것 같아서.
◇ 황 - 그런 데 대한 미안함과 부채의식을 이제는 좀 털어버리셔도 될 것 같고요. 이런 기록들이 결국은 5.18의 진실을 밝히는 데 새로운 여러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선생님, 앞으로 또 어떻게 5.18을 이해해야 되고, 우리 사회가. 또 어떤 진실들이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한 말씀해 주시죠.
◆ 주 - 저는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이잖아요, 그 시대에. 그리고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이고. 어찌됐든 지금 현재 이런 사회가 되도록 만들어놓은 세대가 그 세대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이제 일단 좌우가 너무 극명하게 나뉘어져서 서로서로에게 너무 상처를 주는 그런 발언이나 그리고 그때 당시에 잘못했던 사람들이 자기의 잘못을 커버하기 위해서 오히려 그것을...
◇ 황 - 왜곡시키고 감추려고 하는 그런 부분들.
◆ 주 - 왜곡시키고 감추고, 더 이상 또 상처들을 나게 하고 또 나게 하고 이런 것들이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인정할 것은 솔직하게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 황 - 방금 말씀하신 그런 부분이 꼭 진실규명을 통해서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주 - 네, 고맙습니다.
◇ 황 - 지금까지 5.18 여고생 일기장의 주인공이신 주소연 씨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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