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53년 만에 '무죄'.. 검찰은 또 '항소'

입력 2024-02-13 10:48:33 수정 2024-02-13 10:48:33 조회수 3

(앵커)
제주에서는 군사정권 시절 
간첩조작사건에 연루돼
평생을 전과자로 살았던 이의
유족들이 
재심을 신청했었습니다.

법원이 재심을 받아들여 
53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지만
재심에 반대했던 검찰이 
이번에도 항소했습니다. 

김하은 기자입니다. 

(기자)
1970년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하루아침에 간첩조작사건에 연루된
제주의 한 중학교.

당시 학교에 교장 관사를 지으라고
기부금을 보낸 이들 가운데
조총련계 인사가 끼어있다는 이유로
관련자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학교 서무 주임으로 일했던
고 한삼택씨도 체포된 사람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고 
체포된지 반년 만에 풀려났지만,
일자리를 잃은 후 화병을 앓다
1989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겨진 유가족은 
연좌제와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 한혜정 / 고 한삼택 딸(지난 2020년) 
"남동생이 법대를 졸업해도 연좌제 때문에 꿈을 펼칠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 누명을 안 벗으면 손자들도 성공을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아버지 명예 회복만이 소원이에요."

그러다 사건 발생 반세기가 지난 지난달 26일. 

법원은 재심을 통해 
고 한삼택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기부금을 받은 것이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유가족들은 53년 만에 
아버지의 한맺힌 짐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 한혜정 / 고 한삼택씨 딸
"지난 1월 26일 법원이 무죄 판결을 해서
아버지 누명이 벗겨지고 53년 만에 한이 다 풀리는 줄 알고
우리 형제들은 다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그런데 기쁨도 잠시 검찰은 지난 2일, 
1심 판결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 한경훈 / 고 한삼택씨 아들 
"화가 나죠. 화가 나고 실망스럽고… (주변에서)
아이고 잘 됐네 뭐 이런 말씀 주고 받으면서 좋아했는데
완전히 찬물을 끼얹어 버리고…"

검찰은 지난해에도 
1심 법원이 재심을 해야한다고 결정하자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고에 재항고를 거듭해,
재심이 시작되는데만도 1년 가까이 늦어졌습니다.

어렵게 풀린 누명에 또다시 검찰이 항소하며
유족들은 또다시 긴 기다림의 시간 속에 
갇히게 됐습니다.  

MBC 뉴스 김하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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