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서 '조선 최고(最古)' 답안지 발견

입력 2023-12-24 21:45:13 수정 2023-12-24 21:45:13 조회수 4

(앵커)
현재까지 확인된 조선시대 과거시험 답안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자료가 
최근 안동 한국국학진흥원
소장자료에서 
발견됐습니다.

세종 때 작성된 유일한 자료로, 
학술적인 가치는 물론
문화재적 가치도 클 것으로 보입니다.

안동문화방송 김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가로 244cm, 세로 76cm.

사람 키보다도 긴 종이에 공들여 쓴 한자가
빼꼭하게 적혀 있습니다.

조선 전기 세종 때인 1447년,
영천 출신 문신 정종소가 문과 중시를 치르며 
냈던 답안지입니다.

당시 정종소와 함께 응시했던 수험생은
성삼문과 박팽년, 신숙주 같은 명망 있는
문신들이었습니다.

답안지에는 정종소가 자신의 아버지,
할아버지 등 사조(四祖)의 인적사항을 적어낸 부분과
시험관이 찍은 붉은 인장이 보일 만큼 보존 상태가 좋습니다.

출제 의도에선 조선 건국 초기, 법을 정립하는 과정에 있던
당대 조정의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 나영훈 박사/한국국학진흥원
"'법이 세워지면 폐단이 생기는 것은
고금에 항상 있었던 우려다'라고 하면서 문제가 나옵니다.
그러면서 우리 조선이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어려움을 얘기하면서.."

정종소가 쓴 대책과 전, 이 두 점의 답안지는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성호 교수가
한국국학진흥원 소장자료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습니다.

지난 2012년, 정종소의 고손 호수 정세아의 
집안인 영일 정씨 호수종택으로부터
이 시권을 비롯해 7백 점이 넘는 고문서를
기탁받은지 10여년 만에 빛을 본 겁니다.

실물이 확인된 유일한 15세기 시권 원본일뿐더러,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과 시권으로 희소성이 매우 높습니다.

* 나영훈 박사/한국국학진흥원
"(문과 시권 중에)지금까지 발견된 것은 16세기 이전 것이
한 12건 정도 지금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게 1507년도에 작성된 시권이니까
(정종소 시권은)그것보다 60년이나 앞선.."

이번에 발견된 정종소 시권을 비롯해,
한국국학진흥원은 현재 62만 점이 넘는 
국내 최다 수준의 민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문서의 한자를 텍스트로 옮겨주는
'고도서 한자 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한 데 이어
최근 한문을 문장 단위로 분절해주는
프로그램 개발도 성공했는데,

서고에 잠들어있는 방대한 옛 기록유산이 
후손들의 과학기술을 통해 다시 빛을 볼 날이 
점차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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