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영원한 엄니, 인문대 엄니

이재원 기자 입력 2021-03-30 20:20:00 수정 2021-03-30 20:20:00 조회수 0

(앵커)
40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학생들에게 사랑을 나눠주신 할머니가 계십니다.

전남대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인문대 엄니"로 불리는 분인데요.

얼마 전 세상을 떠나셨는데,
할머니가 계시던 그 자리에
학생들이 추모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재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40년 여년동안 전남대학교 인문대 앞을
지켜왔던 고 서길자 할머니.

지난 26일 타계한 할머니를 추모하는 공간이
생전에 계시던 인문대 벤치 앞에 마련됐습니다.

.....추모 모습.....

할머니와 인문대 벤치의 인연은
8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홀몸으로 5남매를 어렵게 키우시던 할머니는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주먹밥과 떡을 나눠줬고,

이를 계기로 인문대 앞에 좌판을 깔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윤만을 추구하지 않았고,
절망과 좌절속에 살아가던
그 시절 젊은이들의 든든한 지지자가 됐습니다.

(인터뷰)최종석 /전남대 독문과 88학번
"전남대 정문 후문에서 시위하고 들어오면
이 어머님이 고생했다고 사과도 하나씩 챙겨주시고...."

(인터뷰)박성숙 /전남대 독문과 88학번
"좀 힘들어 보이면 왜 그러냐고 묻기도 하시고,
사과도 하나씩 건네주시고...이러셨던 분이신데..꼭 있어야 될 존재(셨습니다)"

사과로 상징되는 할머니의 사랑은
지난해까지 계속 이어졌고, 학생들 사이에서
할머니는 인문대 엄니가 됐습니다.

학생들에게 정을 듬뿍 나눠주던 인문대 엄니는
말년엔 학교밖으로 사랑을 넓혀
마을 공동체 사업에도 참여했습니다.

(인터뷰)정달성 소장/마을발전소
"동네 마을 일 있을때마다 누구랄 것 없이 주변분들 모시고 와서 내일처럼 해주신 어머님이십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건강이 악화되고,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인문대 엄니는
더이상 학생들을 위한 좌판을 깔 수 없게 됐습니다.

(인터뷰) 이명노 추모학생 대표/ 전남대학교 해양학과
"학생들이 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계시던 뜻을 저희가 이렇게라도 기리고자.(추모공간을) 만들게 됐습니다."

사랑하는 학생들을 뒤로하고
영원한 이별을 길을 떠난 인문대 엄니.

인문대 엄니가 계시던 자리에는
빨간 사과가 기억하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M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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