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닭발 가로수' 수난 반복‥"생태 축 살려야"

유민호 기자 입력 2023-04-27 20:45:30 수정 2023-04-27 20:45:30 조회수 0

(앵커)

매년 자치단체들은 이맘 때쯤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 등을 이유로

도로 위 가로수 가지치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윗부분을 전부 잘라내

마치 닭발이나, 전봇대를 떠올리게 하는

무리한 가지치기가 이뤄지고 있어

이런 방식이 맞는 것이냐는 논란이 나옵니다.



유민호 기자입니다.



(기자)

광양 서천 도로를 따라

느티나무가 쭉 늘어서 있습니다.



지난 달 시청에서 나와

가지치기를 해놓은 건데,

나무 수십 그루

윗부분이 댕강 잘려 나갔습니다.



마치 닭발을 연상케 하는 모습입니다.


나무가 전선에 걸리거나, 상가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 때문에 매년 가지치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깔끔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시민들 반응은 대개 부정적입니다.



* 서동열

"위가 너무 많이 잘려서 좀 보기는 안 좋은 느낌."



* 김은향

"봄철 되면 너무 가로수를 싹둑싹둑

잘라버리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어서."



문제는 간판이나,

전신주에 영향을 주지 않는 나무도

잘려 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도,

닭발 모양 나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아파트 주민

"너무 아쉽게 아깝게 잘라 놨어요. 분위기도 삭막하고요."



무리한 가지치기는

나무에 치명적입니다.



절단한 부분이

병해충에 노출돼 썩기 쉽고

수명까지 단축시킵니다.



* 박수완 / 전남녹색연합 사무처장

"가로수는 도시의 생태 축, 또 비오톱의 역할을 합니다.

작은 곤충이나 조류들이 잠시 쉬어가고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환경부가 전국에서 벌어지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나뭇잎이 달린 가지 4분의 1 이상을

자르지 말라고 최근 개선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권고이지

지켜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행정 편의와 생태 환경이란

가치가 충돌하자,

지자체 고민도 커졌습니다.



* 정민희 / 광양시 녹지과 가로수팀장

"(시내권의) 잘 크는 나무는 시외로 좀 가로수를 옮겨서 심고 시내권은

시민이 흡족해하는 좀 작게 자라면서 가로수 미관도 좀 충족시켜 주고."



전문가들은 도시 가로수를

건강하게 유지, 관리하기 위해서

실태 조사를 우선 실시하고

지자체 실정에 맞는

조례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MBC 뉴스 유민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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