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랫동안 머물렀던 공간이 사라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거주자의 기억이
건물에도 남아있다고 믿는 작가가
최근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서동환 광주아트가이드 대표와 함께합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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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전시 제목이 '응집, 그리고 이완'입니다.
어떤 뜻이 담겨있습니까?
답변 1)
‘응집, 그리고 이완’은 전시제목이기도 하고 작품 제목이기도 한데요. 응집이라 하면 어느 한 곳에 엉겨서 모여 있는 것을 말하고, 이완은 이미 조성된 분위기 따위가 흐트러져 느슨해짐을 말합니다. 여기서 박인선 작가는 사전적 의미 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져 있다고 말하는데요. 작가에 의하면, 응집과 이완은 새롭게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도시들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기도 하고, 도시 안에서 자연과 인공물의 관계를 이야기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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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2)
어떤 작품들이 전시됐는지
소개해 주시죠,
답변 2)
박인선 작가는 지금까지 집이나 오래된 건물을 주제로 작업을 해왔는데요. 이번에 건물에 자연을 조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수명 어느 정도 된다고 보십니까? (한 50년, 40년 될 것 같네요) 네. 작가는 건물 콘크리트 벽의 부식이나 페인트가 벗겨지는 모습에서 자연의 생과 사를 발견하고 건물도 햇빛과 바람에 의해서 조금씩 자연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건물이나 집과 같은 인공물에서 새롭게 태어나거나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생명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 기록들을 재해석해서 새로운 이미지로 재탄생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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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
사진 같기도, 그림 같기도 한데요.
작품 소재로 건물이 많이 활용된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답변 3)
박인선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고요. 사진을 재료적인 요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직접 찍은 사진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조합을 하고, 그 위에 붓으로 페인팅을 하고 있는데요. 회화와 사진의 경계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죠. 재개발을 앞둔 자신의 외갓집에서 집의 잔해들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집이나 오래된 건물을 작품 소재로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자신의 집이나 건물 사진을 사용하게 된 것은 대학시절 목포 보리마당 위에서 바라본 목포 앞바다와 다닥다닥 붙은 집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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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4)
전시된 작품 중 하나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 주시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답변 4)
‘응집 그리고 이완’ 시리즈 작품인데요. 사각뿔로 잘려진 건물 위에 바다나 대지가 펼쳐집니다. 자연과 인공물에 대한 관계를 역전시킴으로써 우연한 만남과 같은 시도를 표현한 작품입니다. 도시는 섬이 되어버리고, 자연은 소멸됨으로써 기억과 과거는 함께 사라지는 것이죠. 도시와 건축물은 아름다운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가 곧 미래가 되기도 하는데요. 도시를 살리고 자연을 회복하는 작업을 표현한 것입니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집은 회복하고자하는 작가의 마음인데요. 도시는 재생되어도 사람은 재생되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런 작업은 작가의 개인사와 그것을 받아들이고 치유하는 과정입니다. 박인선 작가의 작품에 콘크리트면은 그 건물의 역사와 기록을 담는데요. 칼로 자른 듯한 잘려진 면과 흔적은 폭력성과 상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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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5)
이런 작품을 통해서
작가가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뭘까요?
답변 5)
그는 자연물과 인공물을 조합하고 표면을 잘라내는 그만의 방식으로 그의 사적인 시간과 공간을 축적하고 그의 응축된 기억을 이완시키는 장치를 말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사라짐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그의 예민한 시간은 집이라는 상징물 속에서 응축되어 있는데요. 결국 집에 대한 이야기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며 역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전시는 양림동에 있는 515갤러리에서 9월 7일까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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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인사 후)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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