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화에서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그려지는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스승이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그리는
본보기 그림, '체본'인데요.
의재 허백련 선생의 '체본' 작품들이
의재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광주문화재단 이유진 정책연구교류팀장이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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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체본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드리기는 했는데,
정확히 체본을 통해서
어떤 걸 배울 수 있나요?
답변 1)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한국화에서 체본은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기 위해서 본보기로 직접 그림을 그려서 가르치는 방법입니다. 스승이 제자 앞에서 직접 그려 보이는 그림을 통해서 그림의 형태뿐만 아니라 그림의 순서나 붓놀림, 그때의 호흡을 느끼면서 화가로서의 자세를 익힌다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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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2)
허백련 선생은 워낙 유명한 분이어서
따르는 제자들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분이었나요?
답변 2)
우리나라 남종문인화의 대가라고 일컬어지시죠. 의재 허백련 선생은 진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1937년 무등산 증심사 계곡에 정착하셔가지고 평생 그쪽에서 사셨는데요. 시, 서, 화는 구분하지 않고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그 그 진정성은 격조 높은 정신과 올바른 삶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을 하셨는데요. 그림에 매진하는 한편 무등산에 차를 심으셨어요. 그래서 춘설차를 생산하셨고, 삼애학원이라고 농업학교를 세우셔서 사회 사업에도 열정을 쏟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의재 허백현 선생에 대한 책이에요. 삶과 예술에 대한 그리고 의재 미술관의 건축적 풍경을 담은 책인데요. 이 본문 중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나는 올해 88살이다. 나 한 평생이 춘설차 한 모금만큼이나 향기로웠던가를 생각하고 얼굴을 붉히곤 한다. 굉장히 여운이 남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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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
이번에 볼 수 있는
허백련 선생의 체본은
어떤 것들입니까?
답변 3)
이번 전시 제목이 <그림의 본으로 삶의 본이 되다> 입니다. 제자가 간직하고 있던 체본 중에 사군자화하고 화조화를 한 30점 정도 모은 전시인데요. 전시실에서 만나는 그림들은 낙관이 찍혀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약간 미완성의 느낌이 나는 거죠. 그게 이제 서양화 같은 경우에는 드로잉이라든가 에스키스 전술을 많이 합니다. 그러니까 작업과정을 굉장히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한국화에서 이렇게 체본을 전시하는 것은 아마 최초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특히 2층 전시장에는 ‘춘설은 아직도’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의재 허백련 선생의 제자들이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합작을 한 작품이에요. 각종 꽃들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듯이 제자들이 기량을 다하여 합작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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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4)
의재 선생의 사군자화나 화조화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기법같은 것도 있을까요?
답변 4)
네. 전시장 그림 모란꽃을 보면 작품 설명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그림을 그릴 때 윤곽선으로 형태를 그리는 것을 구륵법이라고 써있고, 먹의 농담으로 형태를 만드는 것을 몰골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흰 모란꽃을 그릴 땐 구륵법, 자주빛 모란을 그릴 때는 몰골법으로 그린다 라고 써 있긴 합니다만은 의재 선생님은 기법보다는 그리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그리고 본인이 그것을 어떻게 자신의 느낌과 개성으로 그려내느냐 라고 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시 여겼다고 합니다. 기쁜 기운으로 난을 그리고 성난 기운으로 대를 그린다라는 표현도 있더군요. 성난 기운이라고 하는 것은 노한 성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강한 마음을 가슴속에 담아야만 대나무의 강함을 표현할 수 있다 라고 하는 어떤 그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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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5)
알겠습니다.
전시도 전시인데, 전시 중에 특강도
열린다고요. 안내해주세요~
답변 5)
지난 3월에 이어서 4월까지, 이번에 4월 말까지 전시가 이어지는데요. 4월 13일 오후 2시입니다. 의재 미술관 지하 세미나실에서 열려요. 우리 그림 속의 화조화 특강인데요. 신임 이선옥 관장이 직접 강사로 나섭니다. 화조 영모화에 관한 강의가 아주 기대가 되는데요. 우리 꽃, 우리 나비 그러면 단지 예뻐서 라기 보다는 알고보면 굉장히 재밌는 이야기가 있구나 라고 하는 것을 알게 되실 텐데요. 그래서 이제 보는 그림이라기보다는 읽는 그림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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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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