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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인생의 오일팔 - 5.18 알리기에 인생 바친 대구시민 권순형

김철원 기자 입력 2020-08-18 13:19:59 수정 2020-08-18 13:19:59 조회수 4

(앵커)
40년 전 대구에서 5.18을 알리다 붙잡혀
모진 고문을 받고, 한편생 정신질환을 앓았던
대구 시민이 있습니다.

취직도 결혼도 못한 그는
죽음마저도 쓸쓸했는데요.

5.18 40주년 연중기획보도
'내인생의 오일팔' 열다섯번째 주인공은,
5.18 때문에 기구한 인생을 살았던
권순형 씹니다.

보도에 김철원 기자입니다.

(기자)

경북대 역사교육과 80학번 권순형씨는
입학하자마자 전두환 군부세력 반대시위를
주도했습니다.

5.18 소식을 접한 뒤에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대구시민들에게 광주의 비극을 알려나갔습니다

(인터뷰)이상술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장 (故 권순형 대학 선배)/
“전두환을 타도하자 이런 식의 구호를 적은 벽서 사건도 있었고. 경북대 문리대 국문과를 중심으로 한 유인물 작업 사건도 있었고. 어떤 학생은 편지를 써서 각 학교 우편함에 꽂아 놓는 투쟁도 했고 이렇게 투쟁을 전개했는데."

그러다 대공분실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았고, 군에 강제징집된 이후로도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결국 정신분열증이 생겼고 이후 그의 삶은 온통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인터뷰)이상복(경북대학교 동문)/
“정신병이 오고 이러니까 군대에서도 통제가 안 되니까 의병 제대를 시켰어요. 그러면서 바로 어디에 보냈냐면 정신병원에 바로 보내요."

정신질환이 생긴 탓에 취직도 결혼도 못하고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렸습니다.

지난 2002년 보다 못한 친구들이 5.18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으니 유공자 인정이라도 받아두자며 그를 강제로 광주로 데려와 장해검진을 받게 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부했습니다.

(녹취)故 권순형씨 생전 모습/(2002년, 5.18 장해등급 신체검사 당시)
“제가 특별히 상해 입은 것도 없고 5.18 보상받을 생각도 없고 보상 안 받으려고 합니다” 2002년 대구MBC 5.18다큐 ‘끝나지 않은 5.18’ 中

권씨가 대구의 한 월셋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2018년 3월 17일.

숨진 지 열흘이 지나 발견된 고독사였고
시신을 화장해 산에 뿌려 유골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

그와 함께 민주화운동을 했던 대구지역 동지들이 그의 영정만이라도 5.18 국립묘지에
모셔놓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인터뷰)최랑식(경북대학교 동문)/“자신의 어떤 걸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한 친구도 있었으니까 민주화가 빨리 오지 않았을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숨지기 두달 전 한 행사에 참석해
자신이 좋아하던 시를 암송하는 모습을
친구가 카메라에 담은 모습입니다.

(녹취)故 권순형씨 육성 (2018.1.27)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5.18 때문에 한많은 한평생을 살았던
대구 사람 권순형씨.

한평생 정신질환과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아름다운 세상을 꿈꿨습니다.

MBC뉴스 김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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