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5.18이 북한군 소행이라는
극우세력과 전두환씨 주장을
말도 안 된다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1980년 5.18 당시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자로서
광주 대책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는데요.

UN에서 열린 5.18 학술대회에
발제자로 참가한 그레그 전 대사를
김철원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질문1. 그레그 대사님, 안녕하십니까. 주한미국대사 자격으로 처음 광주를 처음 방문한 것으로 압니다. 여러가지 일화가 있었다고요?

답변1. "1989년 제가 주한미대사로 임명됐을 때 굉장히 놀랐습니다. 광주와 관련된 많은 질문들이 아직 생생히 살아있던 때였거든요. 1980년 이후 미국 대사중 어느 누구도 광주에 가지 않았었습니다. 당시 김대중 국회의원에게 가서 '내가 광주에 가야하느냐' 물었더니 '그래야 한다'고 답하더군요. 그래서 '언제 가는 게 좋겠냐' 다시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김대중 의원은 '전남대가 겨울방학일 때 가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시위가 적을 때여서 그랬겠죠."

질문2. 5.18 이후 10년 밖에 지나지 않을 때였는데 광주에 오시기가 힘드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결심을 했습니까?

답변2."해소되지 않은 많은 의문들이 한국인들 마음 속에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워싱턴과 서울 간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느꼈고 사람들의 궁금증을 없애줘야겠다고 결심했죠. 제가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사람들이 던진 첫 질문은 “당신이 광주에서 저지른 짓에 대해서 사과하러 왔느냐”였습니다. 저는 “아니다. 미국은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사과할 필요가 없다. 나는 여기 사과하러 온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고 들어보려고 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받았던 첫 질문이 '광주의 발포명령은 누가 내렸는가'였습니다. 저는 ‘그것은 한국 사람들만이 줄 수 있는 답변’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얘기했더니 사람들이 실망하면서 '그건 사실이 아니다. 미국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다 볼 수 있는 인공위성도 있는데 당신들은 발포명령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을 거 아니냐’ 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일들을 볼 수는 있지만 사람들 머릿속 생각까지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발포명령자를 규명하는 것은 한국의 질문이며, 한국인들이 답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질문3."최근에 전두환씨가 5.18은 폭동이고 5.18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회고록을 낸 바가 있습니다."

답변3."전두환 씨를 원래 좋아해본 적이 없지만 그 말을 들으니까 더욱 싫어지네요. 제가 생각하기에 광주사람들은 대단한 분들이고 저는 그분들을 존경합니다. 전두환 씨는 공수부대를 이끌었고 실제로 공수부대가 진압을 하도록 명령한 사람이죠. 그런 그가 시민들을 나쁜 사람이나 폭도라고 주장하는 건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전두환은 광주시민들이 희생된 잔혹행위에 책임이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그는 책임을 지길 원치 않는 것 같군요. 원래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런 얘길 듣고 나니 더 싫은 감정이 들게 됐습니다."

질문4."한국에서는 5.18에 북한군이 침투해서 선동해서 일어난 폭동이라고 이런 주장하는 분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4."우리 미국에서도 그와 비슷한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무언가 일이 발생했을 때 비난받는 이가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죠. 한국인들 중에 북한 잘못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죠. 북한이 했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그렇게 말하죠. 아무 증거도 없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 논쟁은 전두환이 촉발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가 공수부대를 끌어들여서 사람들이 죽었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공수부대의 잔혹함은 비극적이었고 불행했고 불필요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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