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는 故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지
8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일장기를 달고 시상식에 섰던 손기정 선수의
슬픈 심경을 담은 엽서가 몇년 전 공개됐었는데 엽서를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죠.
손기정 엽서의 주인공을
80년만에 찾아냈습니다.
김철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국인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도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였던 24살의 조선청년은 우승 이틀 뒤 고국으로 엽서 한장을 보냅니다.
수신인은 조선 전남 나주의 대정정이라는 마을에 사는 이 모씨.
"슬푸다" 단 세 글자뿐이지만 손기정 선수의 당시 심경이 절절하게 배어 있습니다.
(인터뷰)서해성 소설가/
"국경이 없었던, 그래서 아무리 달려도 국경에 닿을 수 없었던 한 식민지 청년의 슬픔과 회한, 이런 것들을 같이 담고 있는 편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엽서는 몇 년 전 세상에 공개됐지만 손기정 선수가 누구에게 이 엽서를 보낸 것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엽서에서 이름이 지워졌기 때문입니다.
(스탠드업)
광주MBC 취재 결과 이 엽서를 받은 주인공은 손기정 선수와 서울 양정고등보통학교에서 같이 공부했던 이순채씨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올림픽 우승 다음 해인 1937년 서울 양정고등보통학교의 졸업앨범입니다.
그 시절 이 학교에 다녔던 전남 출신 유학생은 단 한명 뿐이었습니다.
평북 의주 출신의 손기정군과 전남 나주 출신의 이순채군은 세상에 둘도 없는 각별한 사이였던 것입니다.
(인터뷰)이준승/손기정 기념재단 사무총장(故 손기정 옹 외손자)
"(이순채씨가) 천재였다는 얘기죠. 굉장히 머리가 똑똑한 친구였다고 (손기정 선생이) 기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순채 선생이) 북쪽으로 가기 전에 손기정 선수의 안암동 집에 와서 하룻밤 자고 가셨다고 그러더라고요."
이순채 선생은 해방을 전후로 월북했다는 사실 외에 생존 여부는 물론, 이후 행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족에게도 아닌 친구에게 자신의 슬픔을 전했던 올림픽 영웅과 그 아픔을 함께 했던 친구는
80년 전 조선에서 만나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까요.
MBC뉴스 김철원입니다.
영상취재 강성우
c.g 오청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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