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더]

(시사본색 정면응시)'기부'인가 '거래'인가 부영그룹 특혜 논란

김철원 기자 입력 2021-10-18 16:13:41 수정 2021-10-18 16:13:41 조회수 11

(앵커)

복잡한 이슈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 정면응시입니다.



오늘도 김철원 기자가 나왔습니다.



김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입니까?



(기자)

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4월에 학교 설립의 근거가 되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요.



6월에는 건물을 올리기 위한 착공식이 있었죠.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럴 수 있게 된 데는 부영그룹이 나주혁신도시에 있는 골프장 부지 일부를 한국에너지공대에 기부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데요.



그런데 골프장 땅 전체를 기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부를 일부하고 남은 땅이 조금 있는데, 오늘은 이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앵커)

특혜 논란이 있는 바로 그 땅 이야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부영그룹이 한국에너지공대에 부지를 기부한 이후에 남은 골프장 땅에 대규모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주시에 도시계획변경 심의 신청을 냈는데요.



이게 그래서 과연 기부인지, 또 아니면 거래인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전에 취재된 내용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시겠습니다.



리포트1-----------------------------------------------



지역의 미래와 지역민의 바람을 담은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이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첫 삽을 떴습니다.



(녹취)김부겸 국무총리(2021.6.1)

"한국에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이 있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날이 곧 오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추진되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은 나주 혁신도시에 들어설 예정입니다.



세계 유일의 에너지 분야 특화대학인 한국에너지공대는 오는 2025년까지 학생 1천명 교수 1백명의 작지만 강한 연구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녹취)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초대 총장(2021.6.1)

"참으로 멀고도 쉽지 않은 길을 달려왔습니다. 어려웠던 순간마다 대학 설립을 지지하고 응원해준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에너지공대 입지는 나주 혁신도시에 있는 부영그룹의 컨트리클럽, 골프장에 자리잡았습니다.



한전 본사와 불과 2킬로미터 떨어진 이 곳에 대학이 들어서기까지는 순탄치 않은 과정이 있었습니다.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서로 자기 지역에 대학이 와야 한다며 치열한 유치전을 펼친 겁니다.



(녹취)이용섭 광주시장(19.1.4)

"한전은 나주에 있고 한전공대는 광주에 있는 것이 상생의 길이 아니냐는 이런 염원과 간절한 소망이 많습니다"



(녹취)김영록 전남지사(2019.1.4)

"우리 전라남도는 연구중심의 대학, 한전공대와 같이 세계적인 연구중심의 대학이 절실하다고 하겠습니다"



2단계에 걸친 평가에서 전라남도가 제시한 부영골프장 부지가 광주시가 제시한 첨단3지구를 제치고 최종 입지로 선정됐습니다.



(녹취)김우승 한전공대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장 (2019.1.28)

"첨단 3지구 일원 87.88점. 전라남도 나주 부영CC 일원 92.12 점으로 최종 1순위는 나주 부영CC 일원이 선정됐습니다."



이 평가에는 부영그룹이 땅을 무상제공하겠다는 약속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지난 2018년 12월 부영그룹이 부영골프장 75만제곱미터 가운데 54%인 40만 제곱미터를 '조건없이' 한국에너지공대에 기부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땅의 가치는 2019년 감정가로 80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기업이 지역의 미래를 위해 거액의 부지를 조건없이 희사한데 대해 당시 지역민들은 크게 기뻐했고 정치권도 부영그룹의 통 큰 결단을 반겼습니다.



그런데 입지가 결정되고 1년이 채 안된 지난 2019년 말, 부영그룹은 지역사회의 이목을 끄는 행위를 하고 나섰습니다.



한국에너지공대에 기부하고 남은 골프장 잔여부지 35만 제곱미터에 대해 나주시에 도시계획 변경심의 신청서를 낸 겁니다.



골프장이었을 때의 '자연녹지지역'을 주택을 지을 수 있는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꿔서 고층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부영그룹의 아파트 건설계획은 5천3백세대.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골프장부지를 기부한 것이 결국은 아파트를 짓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지차남 나주시의원

"기부라는 내용은 순수하게 이후에 조건이 없다는 게 기부가 아닐까요? 그런데 처음에는 기부를 했다고 소문이 났고 그렇게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대)가 유치가 됐는데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대)가 땅을 인수받은 시점에서 그러면 나머지에 대해 개발을 하겠다 이렇게 돼버린 게 시민을 조금은 우롱한 처사가 아닐까해서 섭섭합니다."



나주시와 부영그룹은 아파트 건설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입장입니다.



18홀짜리 골프장의 절반 이상을 학교부지로 제공하고 나면 쓸 수 없게 되는 골프장의 나머지 땅을 그냥 놀릴 수는 없지 않겠냐는 겁니다.



'기부'냐 '거래'냐 논란이 이어지자 강인규 나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부영그룹의 순수한 기부였음을 강조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 애를 썼습니다.



지난해 6월 부영그룹 서울 본사에서 있었던 기부증서 전달식에서도 '기부'가 강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특혜 의혹은 정치권으로 비화됐습니다.



학교설립의 근거가 되는 에너지공대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이 부영그룹 특혜논란을 거론하며 반대하고 나선 겁니다.



(녹취) 김도읍 국민의힘 국회의원(2021.3.25)

"해당 부지에 대한 지구단위 계획 수립 당시 확정된 평균용적률 보다 높은 용적률을 요구하고 있다. 명백한 특혜 요구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특별법은 통과가 됐고 학교건물은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기부'냐 '거래'냐의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부영그룹은 5천3백세대 아파트 건설을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진행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나주시에서 있었던 주민설명회입니다.



전라남도 도시계획위원회가 골프장부지 용도변경 안건을 심의 의결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절차입니다.



설명회 시작부터 부영그룹 특혜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소리를 높여 항의하기 시작합니다.



(녹취)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최근 자료가 첨부가 됐는지 제대로 갖춰졌는지 다 보고돼야하는데 이 조사서 가지고는 신뢰할 수 없습니다"



(녹취)박종렬 공동집행위원장(부영골프장 용도지역변경 반대 시민운동본부)

"오늘 설명회는 안하는게 낫다. 그래서 다음에

제대로 보고서를 작성을 해서..."



나주시는 주민설명회를 한 두차례 더 거친 다음 전라남도 도시계획위원회에 부영골프장의 용도변경 안건을 상정할 계획입니다.



(녹취)임은숙 나주시 도시과장

"저희가 이대로 하겠다는 게 아니라 오늘 주민설명회를 듣고 이후에 공청회를 해서 여러분들의 많은 의견을 담아서 마지막에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기 위해서 이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리포트1---------------------------------------------



(앵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이것은 언제쯤으로 예정되어있습니까?



(기자)

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전라남도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려서 이 안건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나주시나 전라남도 도시계획위원회가 그동안 보여왔던 모습을 보면, 안건이 일단 상정이 되면 부결되지 않고 통과가 될 것으로 그렇게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까 대학 부지로 기부한 땅의 가치가 800억 원 정도라고 했는데 아파트를 건설하면 거기에서 나오는 기대 수익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습니까?



(기자)

사실 그 부분이 논란의 핵심일 텐데요. 이게 누가 계산하느냐에 따라서 부영그룹 측이 가져가는 이익이 천차만별입니다.



나주시의 경우는 약 3,000억 원 정도가 아닐까, 이렇게 예상을 했는데요.



반면에 시민단체 측에서는 부영그룹이 가져가는 아파트 개발 이익이 많게는 1조 원에서 1조 5천억 원까지도 될 것으로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에 대장동에 아파트 사태가 있지 않습니까?



화천대유 자산 관리가 많은 개발 이익을 챙겨갔다고 해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데요.



부영그룹이 어느 정도의 이익을 가져가는지 사전에 취재된 화면을 보시겠습니다.



리포트2-----------------------------------------------



나주시 빛가람동 908번지 옛 부영골프장 부지입니다.



한국에너지공대로 기부하고 남은 땅 35만제곱미터에 부영그룹은 20층에서 28층 높이의 아파트 5천3백세대를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땅의 용도 변경이 필수적입니다.



나주시와 부영그룹은 현재 자연녹지인 골프장 잔여부지를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자연녹지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뀌게 될 경우 한꺼번에 5단계를 뛰어오르게 되는 셈이 됩니다.



땅의 종류를 올리는 일, 이른바 종상향을 하게 되면 건폐율과 용적률이 상승하게 되는데 자연녹지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의 수직상승은 그 사례를 찾기가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뷰)조진상 동신대 교수

"(용도가) 5단계 수직 상승한 거잖아요. 현재 자연녹지지역 체육시설에서 일반적으로 3종 주거 지역으로 바꿔달라는 거니까. 보통 다른 지역에서 용도 지역이 바뀔 수는 있는데, 여기는 신도시거든요. 계획된 도시거든요. 계획 신도시에서 용도지역이 5단계로 바뀌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사례가 없어요. 이건 특수한 사례인데 용도지역 변경이 이렇게 되면 토지 소유자의 어떤 노력 없이 토지가격이 갑자기 오르는 거거든요. 부영이 얻는 이득이 최소한 6500억원에서 지금 혁신 도시 아파트가 급등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1조 5,000억까지 예상이 돼요."



지역의 한 언론사가 보도한 부영측의 예상 수익입니다.



건설업계가 부영측의 사업계획을 토대로 분양대금과 들어간 비용을 분석해 본 결과 총 사업비 1조 5천억원에 중 비용은 8010억원이 들어서 6,990억원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나주시는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입장입니다.



나주 혁신도시 30평형대 아파트 1채당 가격이 3억원 안팎임을 가정하고 5천세대 아파트를 지을 경우 총사업비는 1조 5천억원가량 예상됩니다.



이가운데 마진율을 20%로 가정하면 부영측이 가져가는 이익은 3천억원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데는 조심스러워했습니다.



(인터뷰)정석규 나주시 안전도시건설국장/

(기자)"부영 측이 제시한 개발로 얻어간 이익 이런 거는 (얼마로 예상합니까)?

"글쎄요. 저희가 아파트 개발로 어느 정도 이익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요. 35만 2천㎡에 5,328세대를 짓겠다고 저희들한테 들어와 있는데, 이 부분은 저희들이 더 협상을 해야 될 부분이고, 그래서 지금은 이익이 얼마가 된다 저희들도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너지공대에 800억원 어치의 땅을 기부하고 아파트 건설로 거둬갈 예상수익이 3천억원이냐 7천억원이냐 1조원이냐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부영그룹측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습니다.



'기부'인지 '거래'인지가 성격이 불분명한 아파트 건설로 부영측이 가져갈 이익이 수천억원대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혁신도시 주민들의 여론은 들끓고 있습니다.



부영그룹이 적정이익을 초과하는 수익은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류지희(나주시 빛가람동)

"요즘에 핫이슈가 되는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개발같은 경우도 공공환수를 했잖아요. 주민들의 녹지공간을 포기하는 대신 한 사기업이 부영이 이득을 다 가져가는 거잖아요. 아파트값 상승하는 것까지 치면 1조원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너무 한 기업에만 몰아주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 기업이 주민들의 희생으로 돈을 벌었으면 그만큼 공공기여를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게 제 입장이에요"



리포트2--------------------------------------------



(앵커)

네. 처음에는 기부냐, 거래냐.의 논란이었다면 지금은 아파트를 짓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짓더라도 어느 정도 규모로 짓느냐, 이게 쟁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나주시나 전라남도 부영그룹과 시민단체 모두 여기에 옛 부영골프장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부영 측이 가져가는 이익이 어느 정도 규모가 적정하느냐, 이런 것을 두고 갈등하는 국면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부영그룹은 여기에 대해서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부영그룹은 이 사안 자체가 거론되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여러 차례 취재와 인터뷰를 시도를 했는데요. 모두 응하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부영그룹 관계자는 이런 표현까지 썼는데요.



보통은 기자들이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거나 취재를 거부했다, 이런 표현을 쓰는데, 그런 표현조차도 쓰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볼 때 극도의 거부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앵커)

결국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있을 것이라고 했잖아요.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시민단체나 혁신도시 주민들이 최근에 사회적 논의기구를 마련해서 부영그룹이 과연 부영그룹 측이 계획한 대로 아파트를 짓는 것을 막기 위해서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나주시나 전라남도 그리고 부영 측이 이런 지역 사회의 움직임에 반응을 하느냐일 텐데요.



지역 사회 여론 그리고 최근에 대장동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여기에 따라서 반응을 할지 여부가 결정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럴수록 지역 사회가 관심을 더 가지고 지켜봐야겠군요?



(기자)

네.



(앵커)

김철원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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