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십억 들여 개선해놨더니, 대단지 아파트 건설 추진

우종훈 기자 입력 2021-11-16 19:39:00 수정 2021-11-16 19:39:00 조회수 3

(앵커)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 진행중인
광주의 한 마을에서
사업 종료시점에 맞춰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 6년간 이 도시재생사업에
7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요.

무엇을 위한 사업이었는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우종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광주 남구 월산동의 달팽이 마을.

이 마을은 지난 2015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추진하는
새뜰마을 사업에 선정돼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이뤄졌습니다.

담벼락엔 자원봉사자들이 벽화를 그리고,
좁은 골목엔 소방도로를 놓고,
오래된 집은 고쳐주는 이 사업에는
국비 포함 총 71억여 원의 예산이 들어갔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다양한 색채의 벽화가 아릅답게 그려져 있는 마을 한켠에는
이처럼 아파트 개발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습니다.

6년간의 새뜰마을 사업은 오는 12월말 종료를 앞두고 있는데,

이에 맞춰 총 5백세대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추진중인 시행사는
올해 초부터 토지보상문을 보내고, 주민들에 동의를 받고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대형 건설사가 시공 예정사로 적혀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 30년을 산 주민은 땅의 평수가 작아 보상을 받아도 갈 곳이 없고,
도시재생사업을 한 이유도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합니다.

* 정선주/ '달팽이 마을' 주민
"황당하죠. 저것들을 새로 지은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파트 지으면 저것 쑥 들어가거나 또 저것들을 부셔야 되잖아요.
돈을 왜 이렇게 들였고, 쓸 데 없이 돈이 들어간 것이잖아요."

시행사는 사업성 검토 단계라며, 개발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비기본계획에 포함돼야 하는 재개발, 재건축과 달리
2백 20여 세대 땅 주인과 계약하는 일반 분양 사업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 시행사 관계자
"투자해서 땅 매입하고 건축하고 분양하는 내용이에요.
이분(주민)들한테 우리가 지금 이것 때문에 시간을 많이 끌고 있어요.
이주 대책을 어떻게 세울 것이냐."


새뜰마을 사업 선정을 홍보하고 추진한
광주 남구청은 아파트 건설에 제동을 걸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 강양신/ 광주 남구 도시재생과장
"민간 사업자들이 재개발 사업을 한다고 가정 했을 때는 굉장히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법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 끝나기 무섭게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는 상황,
결국 수십억의 예산 투입이 민간 개발을 위한 땅값 부풀리기에 불과한 것이었는지 우려가 나옵니다.

MBC뉴스 우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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