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걸음 더] 5・18 뉴스

전두환 숨진 날.. 5.18 유공자 고향에서 숨진 채 발견

양정은 기자 입력 2021-11-24 20:52:06 수정 2021-11-24 20:52:06 조회수 15

(앵커)



전두환이 숨진 어제,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돼

평생 후유증에 시달린 5.18 유공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서에는 '5.18에 대한 원한, 서운함을

모두 잊고 아버님 품으로 가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양정은 기자입니다.



(기자)


전남 강진군 군동면의 한 저수지.



5.18 국가유공자 68살 이광영 씨가

어제 오후 4시 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씨는 하루 전

전북 익산의 자택에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가

경찰이 수색을 벌여왔습니다.


이씨가 숨진 곳은 자신의 고향인

강진 왕마마을 인근이었습니다.



* 이은호 강진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사고 지점 5km 전방에 cctv에 차량이

통과한 사실이 확인이 됐거든요.

(숨진 시각을) 22일 자정에서 23일날 새벽

1~2시 쯤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에,



"5.18에 원한도 없으려니와

작은 서운함들도 다 묻고 가니 홀가분하다",



"오로지 통증에 시달리다 결국

자신이 지고 떠난다"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습니다.



승려 신분이었던 이씨는

1980년 광주에서 계엄군의 만행을 목격하고

부상을 당한 시민군들을 병원으로 후송하는데

동참했습니다.



그러다 자신도 척추에 총상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됐고,



이후 40여년 간 매일 수차례씩

진통주사를 맞는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그럼에도 이씨는 국회 광주 특위 청문회와

전두환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생생히 증언했습니다.



* 故 이광영씨(1989년 청문회)

"헬기가 다라라하고 오더라고요. 그러더니

갑자기 그냥 총을 다다다하고 난사를 합니다.

그래 옆에가 막 아스팔트가 불똥이 타타타

튀더라고. 그래서 그냥 아이고 하고 기사가

지그재그로 운전을 하고 뭐 도망갈 틈도

없으니까 바로 위에 헬기가 있고 그래서

가로수 밑에 우선 숨어있어요. 그래 가로수

이파리가 우수수 떨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지나갔는데 어느 여학생 하나가 그 총에 맞아

가지고 쓰러졌어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오던 이씨는

10여년 전 결국 광주를 떠났습니다.



* 故 이광영씨 지인

"많이 아프셔가지고 경상북도 봉화에서도 사시고,
혼자 요양을 많이 다녔어… 건강도 안좋아지시고 하니까 익산도 내려오신거야"



하지만 통증은 끝끝내 이씨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토록 원했던 5.18 책임자 전두환 씨의

사과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광영씨는

전 씨의 사망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자신의 고향에서

아버지께 가고 싶다는 뜻을 남기고

먼저 눈을 감았습니다.



이 씨와 같이 5.18 이후 고통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5.18 유공자들은

지금까지 40여명에 달합니다.



MBC 뉴스 양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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