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60여 년 동안
단 2번만 열린 특별한 동창회가
광주수피아여고에서 열렸습니다.
1962년 당시 학생들이
담임 선생님과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교정에 나무를 심고
20년마다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데
교권 침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시대에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천홍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들이
손을 꼭 붙잡으며 서로를 맞이합니다.
그간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학교를 보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60년 전 교가를 잊지 않고
다같이 부릅니다.
"무등산과 마주 솟은 광주 수피아
잊지 못할 은혜의 집 우리 수피아"
1962년 광주 수피아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13회 졸업생들 22명이
20년 만에 다시 모였습니다.
당시 1학년 C반 담임이었던
한덕선 선생님이 학생들과
오헨리 작가의 '20년 후' 소설을 읽던 중
20년 후에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듬해 선생님이 만남을 약속하며
학생들과 함께 우송 나무를 심은 것이
20년마다 만나는 동창회의 계기가 됐습니다.
6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학생들 키보다 작았던 묘목은
이제는 어른 나무가 됐습니다.
그렇게 1983년과 2003년
그리고 올해 2023년까지,
60년간 광주 수피아여고 13회만의
특별한 동창회가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나이 80을 바라보는 이들은
당시 담임 선생님이었던
한덕선 선생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고,
그 가르침이 20년마다
서로가 만날 수 있는 이유가 돼줬다고 말합니다.
* 안흥자 / 광주수피아여고 13회 졸업
"'이다음에 저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습니다' 하는 그런 것들을
녹음한 것을 선생님께서 일일이 녹음 테이프에 담으셔서 저희에게 다 나눠주셨습니다..
소녀들에게 꿈을 심어주신 참 가슴이 따뜻한 선생님이 아니셨나.."
한 선생님은
지난 2019년 작고해 이번 행사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한 선생님의 딸과 함께
60여년 전 다녔던 학교 교정을 다시 걷고
옛날 교실에 앉아보기도 하며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 조 은 / 광주수피아여고 13회 졸업 (동국대 명예교수)
"(당시 선생님은)공부를 잘하거나 경쟁시키는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 나무의 뜻이 남을 위한 삶, 남을 위하는 삶이라는 뜻이잖아요.
그 선생님이 우리에게 주시고 싶었던 말씀인 것 같아요."
13회 졸업생들은
오늘 만남을 소중히 간직한 채
20년 뒤에 또 만날 것을 약속했습니다.
MBC뉴스 천홍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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