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광주의 한 자동차 부품 기업이
밀린 전기 요금 독촉을 받자 한전을 찾아가
좀 미뤄달라고 요청했는데
뜻밖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합니다.
한전 직원이 자신들도 어렵다며
사채를 빌려서라도 요금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인데요.
한전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한걸음 더] 현장취재 천홍희 기자입니다.
(기자)
자동차 차체를 만드는
대기업 1차 협력업체 공장.
한창 바쁘게 돌아가야 할 공장이
텅 비어 있습니다.
경기 침체와
원청의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최근 공장이 부도가 난 겁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16시간씩 가동되던 이 프레스 기계는
현재는 보시는 것처럼 멈춰있습니다."
이 회사의 자회사도 오늘(1) 부도가 났는데,
지난 3개월 동안 두 공장에 밀려 있는
전기 요금은 3억 원에 달합니다.
전기가 곧 끊기는 상황.
공장 지배인은 지난 수요일(29일)
한국전력 광산지사를 찾아가
분할 납부를 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러 간
자리에서 모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합니다.
한전 직원이 사채를 빌려서라도
요금을 내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 서중권 / 해당 기업 지배인
"자기들도 12월 말까지 이걸 회수를 안 하면
자기들이 피해를 보니까 너네 피해 보는 건 상관없다.
우리가 죽게 생겼다, 한전이. 그러니까 사채를 끌어와서 납부를 해라.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고 얘기하시니까 참 답답할 노릇입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연말인 만큼 미납 요금을 더 걷기 위해
고객들에게 미납금을 내달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사채를 쓰라고 말한 적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고객과 오는 4일까지
미납 전기 요금의 50%,
8일까지 나머지를 분할납부하기로
협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화가 오간 지 이틀 만인 오늘(1일)
이 업체는 4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최종 부도를 맞았습니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광주지법에 접수된
법인 파산 사건 건수는
2021년 29건에서 2022년 32건,
올해 10월까지 34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말 사채까지 끌어다 전기 요금을 내라고
독촉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기 요금마저 내기 힘들 정도로
절박한 지역 업체들의 추운 현실은
고스란히 느껴지는 상황입니다.
MBC뉴스 천홍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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