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광주지방법원 직원들이
일반 시민이 사는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물건 압류를 위한
강제집행 과정에서
문을 열었다는 입장인데,
정작 그곳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천홍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광주 광산구에 있는
다가구주택 건물주 김 모 씨는
최근 CCTV를 돌려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남성 5명이
한 세입자의 집 앞으로 몰려와
문을 강제로
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둑이 든 줄 알고
뒤늦게 경찰에 신고한 김 씨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습니다.
광주지방법원 직원들이
돈을 갚지 않은 채무자 재산을
압류하기 위해
문 손잡이를 부수고
들어갔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작 채무자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간 지
1년이 넘은 상태였습니다.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
이곳에 온 광주지방법원 관계자들은
특수 장비로 이 손잡이를 뚫은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광주지법 집행관실 직원 등 5명은
지난 21일 오전 9시 반쯤
광주 광산구 장덕동의 한 주택에서
강제 집행에 나섰습니다.
집 안에 있던 서류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발견한
광주지법 직원들은
채무자가 이곳에 살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문 손잡이를 새것으로 바꿔놓은 뒤
10분 만에 철수했습니다.
건물주는
CCTV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법원 직원들이
문 손잡이를 부수고 들어와놓고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날 수 있냐는 겁니다.
* 김모씨 / 해당 건물 주인
"압류를 하려고 딱지 붙이러 왔다,
그런 것 자체가 없었으니까
뭐 이건 조용히 왔다 간 거죠."
이에 대해 광주지법 관계자는
강제 집행일 한 달쯤 전에
채무자 초본에 적혀있던
주소지로 찾아갔고
채무자가 그곳에
실제로 사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잘못 들어간 경우
흔적을 남기지 않고 돌아오며,
해당 세입자 등에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이 같은 해명에
세입자나 건물주는 황당해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집 문을 부수고 들어왔는데
의무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영문도 모른 채 불안에 떨어야 하냐며
최소한 알려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 구모씨 / 세입자 전화녹취 (음성변조)
"막말로 제가 지금 들어가가지고 집에 한 2천 만 원이
없어졌다고 하면 그 사람들 책임질 것도 아니고,
아니 뭐 일을 이런 식으로 하니까 좀 많이 황당하네요."
취재가 시작되자 광주지방법원은
집을 잘못 들어갔을 때 집주인 등에게
문을 열고 들어간 사실을 알려주도록
규정을 바꾸는 일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천홍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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