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나 사고가 있을 때,
이 소식을 빠르게 알리고
대응하도록 돕는 수단이 재난문자인데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해,
안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자,
광주의 한 민간 방송사가 나서서
러시아로 된 재난문자를 작성해
보내고 있습니다.
김초롱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러시아에서 살다가
지난 2010년 한국으로 온 엠 엘리사 씨.
이제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하지만,
재난문자는 내용이 어려워,
번역 앱의 도움을 받아 왔습니다.
일이 바쁠 때는 그냥 넘기기도 했는데,
최근 러시아어 재난문자를 받게 됐습니다.
* 엠 엘리사 / 광산구 월곡동
"지금은 우리 말(러시아어)을 이렇게 쓰고
있거든요. 좋고 그리고 편안합니다."
민간 방송인 GBS고려방송이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입니다.
방송 설비가
정부 등의 재난문자를 인식한 뒤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를 번역해 주면,
담당자가 문자 전송 웹사이트에 들어가
그 내용을 수작업으로 전송합니다.
번역 앱보다 정확하고,
대피장소 등 재난문자가 빠뜨린 내용까지
파악해 보냅니다.
시작 한 달 만에 2,000여 명이 신청했습니다.
SNS 단체방 등을 통해
문자 내용을 퍼뜨리도록 요청해,
실제 혜택을 보는 이들은
전국 2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행정 서비스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 이믿음 고려방송 PD
"(지난달 부안 지진 때) 고려인분들
그리고 이주민분들이 재난 문자를 보았지만,
한국어로 돼 있어가지고 이해를 못 해서
대피를 못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국가에서 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우리 여기 광주에 있는 고려인 마을에서
먼저 힘을 모아서 시작해 보자는.."
하지만 문자 한 건당 50원으로,
후원금으로 겨우 이어가는 상황입니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기관은 없고,
재외동포청이 사업 공모를 안내한 정도입니다.
도리어, 도와달라며
외국인 명단을 넘겨주겠다는
지자체가 있었는데,
개인정보 등 민간 업체가
홀로 떠맡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없던 일이 됐습니다.
"안전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사이
민간 영역에서 이를 대신해
힘겹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초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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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정치행정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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