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역할 한계

김초롱 기자 입력 2024-08-19 17:04:45 수정 2024-08-20 20:41:25 조회수 276

(앵커)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가 개관한 지
50일이 지났습니다.

국가폭력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치유받고 있는 곳인데,
예산과 인원 부족으로 
출범부터 걱정이 많았죠.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걱정했던 대로
개관 이후 신규 회원이 14명에 그치는 등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김초롱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한 남성이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이 남성은 청년 시절 
서울에서 음식 배달을 하다가
영문도 모른 채 경찰에게 끌려갔고,
삼청교육대 등에서 
두 달 가까이 고문과 폭행을 당했습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는데,
지속적인 상담 덕에 
증상이 호전됐다고 말합니다.

* 삼청교육대 국가폭력 피해자
“그전에는 경찰차만 보면 막 악이 써지고 
분노가 막 올라오고 그랬는데, 그거를 잡아준 것이, 
마음잡아준 것이 트라우마(센터)였어요. 
딱 여기만 오면 안식처가 돼가지고...”

"센터에서는 상담뿐 아니라
합창과 원예, 운동 치유와 같은
단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국립’자를 붙이고
107억 원을 들여 새 건물까지 지었지만,
전국 규모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등록회원은 1,200여 명으로,
지난달 1일 개관한 이후 새로 등록한 회원은 
14명에 그칩니다.

국가폭력 피해자 중에서도
치유가 필요한 인원,
즉, 등록회원 목표 수가
1만여 명이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갈길이 먼 겁니다.

예산 부족이 원인입니다.

* 차호준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원장
"그분들(피해자)이 오시기 되게 어려워서, 
찾아가는 서비스를 좀 더 활발하게 
운영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예산적인 부분, 
인력적인 부분 때문에..."

올해 예산은 약 13억 원, 
직원 수는 13명으로, 
같은 기간 예산도 인력도 
지금보다 2배 이상 많아야, 
국가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최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예산 마련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지난 1일,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부족한 재원이나 이런 부분은 
행정안전부에서 정부 당국과 꾸준히 
협의를 해서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행안부 관계자는 
대규모 예산을 바로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점진적인 확대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가폭력 희생자 상당수가 
노년층인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제대로 된 치유도 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하는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김초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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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롱
김초롱 clkim@kjmbc.co.kr

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정치행정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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