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통장 잔액 400만 원‥5년 동안 아무도 몰랐다

김항섭 기자 입력 2024-08-26 14:43:49 수정 2024-08-26 21:42:01 조회수 143

(앵커)
제주의 한 여관에서
고독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70대 남성의 시신이 
5년이 지난 다음 백골 상태로 발견돼
지역사회에 충격을 줬습니다.

복지 급여는 꼬박꼬박 계좌로 들어갔지만
기초 생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습니다.

제주문화방송 김항섭 기자입니다. 

(기자)
7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제주의 한 여관방.

방 안에는 달력과 각종 의약품을 비롯해
신발과 옷가지 등
고인이 생활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이 숨진 지 
5년 정도 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같은 여관에서 거주하는 사람들도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여관은 폐업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5년 전부터 영업이 중단됐고,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몇몇이 무단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여관 거주자
"사람도 (죽었는지) 몰라요. 나 그런 사람 보지도 못했어요. 
이런데 누가 와서 살겠어요."

숨진 남성은 지난 2019년 2월 
주민센터와 통화를 한 이후 연락이 끊겼고, 
2019년 3월 이후 진료 기록이 없는 상황.

2020년 8월에는 
기초 생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됐고, 
2022년 12월 주민등록이 말소되면서
다음 달 기초연금 지급까지 중단됐습니다.

주민센터에서도 지난 2020년 1월부터 
10여 차례 방문했지만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여관 관리인이 연락이 닿지 않았고, 
범죄 연관성 등을 확인할 수 없어
문을 강제로 열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제주시 오라동 주민센터 관계자
"(거주지에) 안 산다고 해서 (기초연금) 중지가 되신 분인데 
경찰에 신고해서 될 사항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국민기초생활보장 사업안내 지침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는
3개월 이상 연락이 안 되면
급여 지급이 중단되고, 
6개월 이상 연락이 끊기면
대상자에서 제외됩니다.

때문에 지난 4월 
기초수급대상자 전수조사에서도 빠졌습니다.

* 제주시 관계자
"(기초 생활) 수급자 관리 같은 경우에도 (급여 지급이) 중지가 돼 버리면 
관리가 안 되는 거예요. 인지만 되면 뭐든지 다 합니다. 도와주려고 하고.."

고인의 계좌에는
4백만 원 남짓의 돈이 남아있었습니다.

여관방에서 숨진 이후에도
생활 보장급여와 기초연금은
3년 가까이 꼬박꼬박 계좌로 이체됐는데, 
정작 고인에게 필요했던 건 
5년 넘게 끊긴 사람의 손길이었습니다.

MBC뉴스 김항섭입니다. 
 

#여관 #고독사 #기초수급대상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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