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기 땅에 난 길로 다니지말라며
땅 주인들이 가로막는 바람에
전국 곳곳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제주의 한 농촌마을에서도
이런 비슷한 분쟁이 일어날 뻔 했는데
주민들이 자신들의 땅을 십시일반으로 기부해
농기계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제주문화방송 조인호 기자입니다.
(기자)
농촌마을 주민들이
신나는 풍물놀이를 하면서
돌담 길 사이로 걸어옵니다.
마을의 농경지 사이로
널찍한 새 길이 개통된 것을
축하하는 행사입니다.
새로 만든 농기계 경작로는
길이가 516미터에 폭이 5.9미터.
큼직한 농기계들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길이 없어 애를 먹었던
농민들은 한 시름을 덜었습니다.
* 장정윤 / 애월리 주민
"지금 현재 여기가 5미터 90센티미터인데
너무 좋아가지고 트랙터도 편안하게 다니고
그 전에는 트랙터 한 대 세우면 차가 진입을 못했습니다.
지금은 트랙터를 세워도 농사용 차량도 지나갈 수 있고..."
농기계 경작로를
만드는데 쓰인 땅은 3천㎡
땅 주인 15명이
자기 땅에서 10분의 1 정도씩을 떼어내서
제주도에 기부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다니던 농로를
땅 주인이 가로막아 쓸 수 없게 되자
고심하던 주민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길을 만든 것입니다.
* 홍세록 /'새완이' 농기계 경작로 추진위원장
"여기에 참여하신 분들이 막상 하려니까 땅 한 평이
들어가고 나가는데 예민했습니다. 그것을 조율을 했죠. "
"이처럼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해 제정된 농기계 경작로 설치와
관리 조례가 근거가 됐습니다."
조례에 따라
농민들이 땅을 기부하자
제주도가 도로 개설비용
3억 6천만 원을 부담했습니다.
* 고태민 / 국민의힘 도의원 (농기계 경작로 조례 발의)
"보통 2,30년 걸립니다. 그리고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지방재정 확보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농지 소유자 스스로 하는 게 가장 빠르다."
농촌마을 주민들과 행정기관이
처음으로 힘을 합쳐 만든
농기계 경작로가
주민 불편을 개선하면서
갈등도 해소하는
모범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조인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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