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더]

[한걸음더] 내동댕이 쳐진 말뚝.. 단지 내 인도 무법지대

임지은 기자 입력 2025-03-11 13:57:37 수정 2025-03-11 21:21:01 조회수 64

(앵커)
지난해 광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후진하던 쓰레기 차량에 치여 
초등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인도에 자동차 진입을 막는 말뚝 설치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는데요.

여전히 사고 당시와 유사한 상황은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임지은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나주 빛가람동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차도와 인도를 구분해주는 경계석에 
여러개의 말뚝이 세워져 있습니다.

녹슨 채 내동댕이 쳐진 말뚝도 보입니다.

"이 차단봉은 자동차가 인도에 진입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말뚝인데요.

차량 진입 금지 펜스는 치워져 있고,
일부는 제거돼 있어 원래 설치 목적과 다르게 
차량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 임모씨 / 아파트 입주민 (9년차) (음성변조)
"보도 블럭만 깨진 게 아니라 화단 인도까지도 다 덮쳐버려요. 그리고 나가버려요."

오후가 되자, 택배 차량이
한두 대 씩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응급 상황 시 소방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그때그때 해체해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는데,

아예 틈을 열어두고 
택배 차량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겁니다.

아파트 청소 업체 관계자 (음성변조)
"택배 차가 많이 오지 날마다. 
택배 차가 하루 종일 와."

주민들은 불안해합니다.

단지 안엔 어린이집이, 바로 인근엔 
초등학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혹여 인도로 차량이 드나들다 
사고가 발생하진 않을지 노심초사입니다.

* 안 모 씨 / 아파트 입주민 (10년 차) (음성변조)
"지키고 서 있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도록 해야죠."

아파트를 지은 LH와 관리사무소는 
서로에게 책임만 떠넘기다, 
취재가 시작되자 말뚝을 보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관리사무소 관계자 (음성변조)
"되면 해주고 아니면 딱 거절. 건축 토목부분에 대한 
하자는 특히 더 더딘 것이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광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재활용품 수거 차량에 치여 초등학생이 목숨을 잃은 사고 현장과 닮아있습니다.

당시에도 5톤트럭이 인도로 올라오도록 
아파트 관리 업체에서 연석을 치우면서
사고가 났습니다.

"사고가 난 이후에야 말뚝이 세워지면서, 
인도쪽으로 차량 진입이 금지됐습니다."

국토교통부 관리지침엔 
말뚝은 필요한 장소에 선택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아파트 단지는 사유재산이다보니 
안전 관리는 관리사무소가 
자율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 심재익 /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아파트 단지 도로는) 도로교통법상의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안전의 사각지대인 것은 사실 맞아요. 
차량이 보도를 침범할 여지가 있는 곳에는 볼라드라든가 
안전 시설물을 통해서 안전 조치가 강제돼야.."

지난 2020년 전국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2천 7백여건,

안전 사각지대가 줄어들 수 있도록 
단지 내 안전 수칙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MBC 뉴스 임지은입니다. 

 

#말뚝 #차도 #인도 #아파트단지 #안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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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은
임지은 jieun@kjmbc.co.kr

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탐사*기획 담당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주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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