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이
국회에서 증언대회를 열었습니다.
진상규명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제는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임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80년 전남도청에서 학생수습대책위원회
활동을 했던 김선옥 씨.
합동수사본부에 끌려가
수사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광주MBC의 인터뷰를 통해 폭로했습니다.
5.18 이후 38년 만의 미투(Me Too)였습니다.
* 김선옥/ 5.18 당시 성폭력 피해자 (지난 2018년, 광주MBC 뉴스데스크)
"(성폭행 당시) 공포 때문에 아무것도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내가 죽을 때까지 그 (고통) 속에서 떠나지 않을 거 같아요."
김선옥씨의 용기 있는 결단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애써 기억을 감춰왔던 피해자들이
잇따라 증언에 나서기 시작했고
정부 차원의 조사까지 이뤄졌습니다.
(현장싱크) 김선옥 / 5.18 당시 성폭력 피해자
"제가 쏘아올린 공은 영원히 묻히지 않고. 이 자리에 서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저는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스탠드업)
"진상규명이 결정된 이후
피해자들은 증언 모임을 만들어,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차마 믿기 어려운 기억에 대해
어렵사리 입을 떼며 눈물을 흘렸고
* 최경숙 / 5.18 당시 성폭력 피해자
"애기를 낙태를 해야한다고 그러더라구요. (계엄군의) 술 냄새, 땀 냄새,
입 냄새, 그 냄새조차 지금까지 냄새를 맡으면 토를 합니다."
계엄군의 군홧발에 치여 생긴 상처를
직접 내보이기도 했습니다.
* 최미자 / 5.18 당시 성폭력 피해자
"제 상처를 보실래요. 나 이자리에서 공개하겠습니다.
여기 왼쪽 다리, 오른쪽 다리에 푹 파인 자국이 엄청 컸습니다."
첫 공개 석상으로 이들을 이끈 건
미투 운동에 나섰던 피해자들의
뜨거운 지지덕분이었습니다.
* 서지현 / 전 법무부 디지털성범죄대응TF팀장
"제 미투로 용기를 내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국가는 우리를 외면했지만,
우리는 서로의 손을 붙잡고 서로를 살려내고 있었구나."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가 폭력으로 인정됐지만,
5.18 보상법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근거와 기준이 명확히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4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방안이 마련될 때입니다.
MBC뉴스 임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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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탐사*기획 담당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주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