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 상림 꽃무릇 '만발' 보기는 좋은데..숲 생태계 괜찮나

이준석 기자 입력 2024-10-02 15:16:11 수정 2024-10-02 18:08:18 조회수 342

(앵커)
경상남도 함양군의 상림에서는 
꽃무릇이 활짝 펴 찾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꽃무릇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마을 숲이자 천연기념물인 
상림을 뿌리째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MBC경남 이준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천년의 숲 함양 상림의 숲 바닥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9월에 피는 꽃무릇입니다.

함양군이 꽃무릇을 본격적으로
심기 시작한 건 2005년.

지금은 숲 바닥 대부분을 뒤덮고 있습니다.

꽃무릇이 이맘때 상림의 관광 자원으로 
등장했지만 
숲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함양군 관계자와 뿌리까지 살펴봤습니다.

꽃대보다 몇 배나 많은 알뿌리가 드러납니다.

작은 양파 크기의 알뿌리가 
카펫처럼 상림의 토양을 덮고 있습니다.

꽃무릇은 
추워지면 사그라드는 다른 식물과 달리 
겨울에도 무성한 잎을 키웁니다.

숲 생태계의 기초인 토양 환경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 정돕니다.

*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
"토양의 부영양화, 다른 식물을 발아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알레로파시 현상, 
빼곡하게 밀생되어 있기 때문에 빛이 땅바닥에 있는 미생물이나 식물 싹에게 
도움을 전혀 주지 못하는..."

지난 2020년 진행한 
함양군의 상림 생육 환경 조사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꽃무릇이 태양의 토양 소독을 방해하고 
겨울철 보온 역할을 해 
나무의 뿌리썩음병 포자가 생존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 김종원 한국식물생태보감 저자
"개서어나무라는 상림의 잠재 자연식생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학술적으로 쓰는 용어입니다. 생태 테러에 해당합니다.""

꽃무릇을 식재한 함양군의 입장도 들어봤습니다.

* 양병호 함양군 상림담당 
"(꽃무릇이) 미치는 영향이 있다, 없다, 이걸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그런 조건은 지금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인이 규명되진 않았지만 
상림의 대표 수종인 
개서어나무나 상수리나무 같은 
활엽수들의 후계목이 싹을 틔우지 못하거나
자라다 죽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천 년이 넘도록 스스로 생태계를 유지해 온 
상림에 위기가 닥친 겁니다.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마을 숲인
함양 상림을 제대로 보존하려면 
꽃무릇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조사와 처방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이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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