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건강하지 못한 밥상을 넘어
농촌 소멸 위기를 가속하는 식품 사막,
늦출 수는 없을까요?
농촌 마을에 신선식품을
배달해 주는 만물 트럭을 직접 운영해 봤더니,
주민들 호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만물 트럭 운영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MBC충북 이지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걷고, 버스를 타고, 또 갈아타고...
장 한 번 보려면 한두 시간이 걸리는
한 산골 마을.
MBC충북 프로그램 '계란이 왔어요' 팀이
만물 트럭을 직접 운영해 봤습니다.
"계란이 왔어요. 없는 게 없는 만물 트럭이 왔습니다."
과자와 라면, 어르신들이 들기 무거운 음료류,
염색약까지 두루두루 갖췄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두부와 우유, 생선 같은 신선식품입니다.
이런 식품을 구하기 힘든 식품 사막에는
신선 식품을 배달하는 만물 트럭이
거의 유일한 대안입니다.
* 정점선/옥천군 청선면
"계란 같은 것도 필요하고 시골에서 다 필요해요.
시장이 워낙 멀잖아요.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진짜 좋아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는
지난 2011년부터 정기적으로 만물 트럭이
42개 마을을 누비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많은 농촌 지역에
신선한 먹거리를 전하기 위해
민간 공동체가 시작했습니다.
* 김동광/비영리민간조직 '여민동락공동체' 사회복지사
"어르신들이 주로 두부를 많이 사셔요.
두부는 이제 반찬으로 쓰기도 좋고, 생으로 잘라먹기도 좋아서."
이후 전북과 경남, 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농협이 비슷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비용이 매년 수천만 원씩 드는데
수익은 거의 없어 지속적으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지역 농협은 도입 3년 만에
방문 횟수를 2주에 한 번에서
분기에 한 번으로 줄였습니다.
농촌 주민 입장에서는 운영하나 마나
도움이 안 됩니다.
* 농협 관계자(음성변조)
"(시골에) 계시는 노인, 어른 분들도 이게 너무나 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고,
가면 갈수록 매출이 계속 떨어지고..."
농림축산식품부도 식품 사막을 해소하는
대안으로 만물 트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이동 장터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차량 구입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선뜻 나서는 지자체들이 많지가 않습니다.
일단 옥천군도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고민이 많습니다.
* 유정용/옥천군농업기술센터 농촌활력과장
"검토를 하고 있는데 경제 효과라든지 저희가 예산이라든지
이런 부분도 좀 파악을 해야 되고... "
전문가들은 식품 사막 현상을
저출생처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지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 황영모/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원책이 있지 않으면 민간 조직이 지역사회 조직과 함께
이 먹거리 공급을 담당하기가 어려운 구조이죠. 농촌 돌봄의 관점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활동을 더 늘려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조금 부족한 게 아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먹거리가 없어
황무지에 던져진 것과 다름없는 '식품 사막'.
사막을 떠날 수 없는 이들에게
샘터 같은 대책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MBC뉴스 이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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