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상남도 사천군의
태봉산은 조선 6대 국왕 단종의
태를 땅에 묻은 ‘태실지’로 유명한데요.
일제시대 조선 총독부가 태실지를 훼손하고,
땅을 친일파에게 넘기면서 방치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가 태실지 환수운동에 나섰습니다.
MBC경남 이종승 기잡니다.
(기자)
천하 명당으로 불렸던 ‘단종 태실지’에
친일파의 무덤이 대신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중추원 참의를 지낸 최연국의 묘입니다.
비석의 비문은 최연국이 민족 교육에
앞장 섰다는 등 공적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태실지에 설치했던 석물들은 어디로 갔을까?
일부는 최연국의 봉분 마감재로 쓰였고,
태실의 내력을 담은 태비신은
두 동강난 채 나뒹굴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이씨 종친회의 반대에도, 단종 태실지를 파헤쳐
태 항아리를 경기도 양주로 옮겼습니다.
* 단종 태실지 훼손 현장 목격자
“(태 항아리를)비단으로 감쌌는데 몇 백년 지나다보니
바삭바삭 삭아버리고 조선총독부에서 나온 관리들이
(태 항아리를) 가져갔습니다."
전국 태실지에서 가져 온 태는
모두 54위였습니다.
일제는 왜 태실지를
훼손해 경기도 무덤터로 모았을까?
왕실 자녀의 태를 국가가 관리하는 태실지는
전 세계에서 고려와 조선왕조만
보유한 독특한 문화인데,
자녀의 건강뿐 아니라 국가의 안위와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까지 담고 있습니다.
죽음의 상징인 무덤터로 옮겨,
민족 정기를 끊어놓기 위해서였습니다.
* 심현용 한국태실연구소 소장
”태실은 기가 충만해서 하늘로 튀어 오를 정도로
계속 발전하는 혈기가 있습니다. 생기가.
그런데 일부러 (경기도 양주의) 무덤에 (태를) 넣어서
미래의 발전을 없애고 죽이는 것입니다.
조선을 일본에 완전히 가둬 버리는 것입니다."
친일파에게 넘어간 태실지를 되찾기 위한
시도는 있었지만 실패했습니다.
최연국이 관직을 받기 전에 땅을 샀기 때문에
친일재산으로 보기 힘들다는
국가 조사위원회 판단이 있었고,
사천시도 후손들에게
토지 수용을 설득했지만 거부됐습니다.
* 김상일 사천시 문화예술과
"직계가족 한 사람이 이렇게 (토지 수용을)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 후손들에게 저희들이 보상이라든지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현재 친일파 재산 환수 업무는
친일재산환수조사위가 해체되면서 법무부가
대신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10여 년째 신규 환수 실적이 없자,
충북 시민사회단체가
국회에 조사위 재구성과 법 개정을 촉구하며
직접 단종 태실지 환수 운동에 나섰습니다.
* 박종순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법무부는) 애초에 (재산 환수에) 관심조차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사위원회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 미환수된 부분을
정확히 다시 조사해서 국가 귀속으로 하는 것이 (옳습니다.)"
경남 지역 의회와 시민사회단체도
환수 운동에 힘을 보탤 계획입니다.
* 정서연 사천시의회 의원
"(단종) 태실지가 훼손된 역사적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시민들에게 알리고
사천시의회와 경남의 시민단체들과 협력해서.."
일제가 강제로 훼손한 태실지를
시민의 힘으로 되찾을지,
또 정치권도 응답할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종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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