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주시가 '명품 김치' 브랜드를 만들겠다며
85억 원을 투입한 김치산업관이 위탁업체도
구하지 못해 파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올해 초 공유주방으로 전환됐지만,
이마저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애초 설계부터 단일 생산라인으로 구축된 탓에
처음부터 공유하기 어려운 시설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주문화방송 이주연 기자입니다.
(기자)
전주시가 조성한 김치산업관입니다.
수년째 운영을 위탁할 업체를 찾지 못해
결국 올해부터는 지역 김치 생산업체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공유주방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지금까지
단 하나의 업체가 시설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 김치산업관 관계자
"도내에 김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저희가 공유 주방을 활용할 수 있게끔 (해서)
현재 익산에 소재한 한 곳이 공유 주방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살펴보니 해당 시설은
애초에 공유주방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서로 다른 업체끼리는 공유해서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전처리실부터 절임실, 세척실, 포장실로 이어지는
생산 라인이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공유주방 사용 업체
"이거는 공유 자체가 안 되는 시스템이에요.
한 업체도 선입 선출하기가 힘들 정도로 협소한데
두세 개 업체가 들어와서 한다고 하면 (안 돼죠).."
당초 해당 시설 설립의 목적은 전주시만의 '명품 김치' 생산이었습니다.
'종가집'이나 '비비고'처럼 특색 있는
김치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에 수출하겠다며,
연간 50억 원 매출을 목표로 출범했습니다.
시설 구축에 투입된 예산만 85억 원.
하지만 자체 브랜드 생산은 고사하고
부지 선정 문제로 다투다 공장 완공에만 7년이 걸린 데다,
겨우 지어진 공장조차 1년 반 넘게 방치됐습니다.
결국 찾아낸 해법이 외부 업체를 활용한 공유주방인 건데,
하루 9만 원의 임대료를 내고
단 한 곳의 업체만 이용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 전윤미/전주시의원
"수십억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경제성 확보도 못 하고
시설 개보수에 상주인력 인건비까지 추가되면
재정 손실이 심각한 사업이라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사업에 착수한 지 8년째인 올해도
전주시는 여전히 장밋빛 미래만 그리고 있습니다.
* 강병구/전주시 농식품산업과장
"전주가 예전부터 음식 관련해서는 되게 앞선 도시이기 때문에
우리 지역의 브랜드화를 잘 시켜서 만들어 갈 수 있게 하겠고요."
세계적 김치 브랜드 생산을 목표로 한 시설이
급기야 공유주방으로 선회했지만, 결국 '공유'조차 되지 않으면서
섣부른 정책 결정이 야기한 파행적 행정만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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