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10일) 밤 스웨덴에선 5.18을 배경으로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쓴 작가 한 강의 노벨상 시상식이 열립니다.
시상식에 앞서 '소년이 온다' 집필 과정을
강연한 한강 작가는 들불열사 고 박용준 열사의 일기에서
힘을 얻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박용준 열사는 "왜 양심이 있어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냐는"일기를 남겼습니다.
한강 작가가 낭독하는 박용준 열사 일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임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1980년 5월 27일
광주 금남로 YWCA를 지키다
계엄군의 총탄을 맞고 숨진 고 박용준 열사,
그가 한자 한자 꾹꾹 눌러쓴 투사회보는
계엄사 검열로 신문과 방송이 사라진 광주에서
유일한 언론이었고 광주시민들은 그의 글을
보고 용기를 냈습니다.
그랬던 박용준이 쓴 일기는
한 강 작가의 마음도 움직였습니다.
인간이 고통스럽고 세상이 절망스러워
<소년이 온다>를 더이상 쓸 수 없다고
체념하려던 그 때 한 강 작가에게
박용준의 일기가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 한 강 작가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박용준은 마지막 밤에
이렇게 썼습니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계엄군이 쳐들어오기 전엔 떨리는 마음으로
써내려 갔을 그의 문장엔 '양심'이 있었습니다.
계엄군의 압도적인 무력에도
광주YWCA에 남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자 했던
박용준의 그 '양심'은 시공간을 건너
2024년 한강 작가를 통해 우리에게 왔습니다.
* 한 강 작가
“그 문장들을 읽은 순간, 이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박용준의 양심은 '소년이 온다'를 통해
44년만에 5.18 민주광장에서 다시 불을 밝혔습니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소년이 온다‘ 책을 들고 거리에 나섭니다.
* 이주성 / 초등학교 5학년
"실제로 새벽에 비상계엄 선포를 하고.. 봤는데
진짜로 책 속에서 봤던 게 진짜 내가 겪을 수도 있겠구나.
동호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어쩌면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음을,
죽은 박용준이 살아 있는 시민들을
구할 수 있음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광주는 절대 지지 않는다!
광주는 절대 지지 않는다!"
광주 시민들이 피를 흘려 이룬 민주주의가
처참히 무너지고 있는 2024년의 대한민국.
동시에 총칼에 짓밟혔던 광주의 이야기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가 됐습니다.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지금의 이 상황은
참혹과 존엄이 동시에 존재했던 광주를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임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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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탐사*기획 담당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주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