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강원도 바닷속은 수온이 낮아지면
마치 눈꽃이 핀 것 같은 설경이 펼쳐집니다.
겨울을 기다려온 말미잘들이
더위에 숨겼던 촉수를 활짝 펼치는 건데요.
MBC강원영동 이준호 기자가
수심 30여 미터의 바닷속에 들어가봤습니다.
(기자)
서핑 성지로 유명한
강원 양양 인구해변 앞바다.
"이곳은 강원도 북부 연안으로
위도는 38도 부근인데요.
최근 수온이 제법 떨어졌는데
무엇이 보일지 바닷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심 37미터에 다다르자,
해저면 가득 새하얀 화원이 펼쳐집니다.
강원도 앞바다에 많이 서식하는
'섬유세닐 말미잘'입니다.
산처럼 솟은 암반에는 갈색 기둥마다
여러 가닥의 흰색 촉수를 화려하게 펼칩니다.
눈꽃과 상고대의 장관과 같은 풍경이
수심 30m 바닷속에 펼쳐지는 겁니다.
* 강동원 / 스쿠버다이버
"하얀 모습이 아주 보기 좋습니다.
마치 설악산 대청봉에 눈 온 것 (같습니다.)"
말미잘 주변에는 붉은 빛깔의 '탁자볼락'이
떼로 몰려다닙니다.
이 가운데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볼락은
사람을 피해 말미잘에 숨습니다.
어류 은신처가 되기도 하는 섬유세닐 말미잘은
겨울에 활발하게 먹이 활동을 합니다.
하얀 촉수를 펼쳐 연체동물 유생이나
동물성 플랑크톤을 잡아 먹습니다.
이런 촉수 활동은 수온이 낮아야 왕성해집니다.
"지금 이곳의 수온은 8도 안팎인데
수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질 때
촉수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눈꽃을 피우는 시기가
평소보다 2~3주가량 늦어졌습니다.
이례적인 고수온 현상 때문입니다.
"북위 37~38도 강원도 연안의
올해 1월 표층 수온은 12.38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도나 높습니다."
* 심정민 /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수온이 높아진 주 원인은 차가운 해수와
따뜻한 해수가 만나는 전선역이 북측으로
이동하였고 동한 난류 세력이 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이버들이 드나드는 수심 40미터 미만
강원 바닷속에서는 섬유세닐 말미잘의 설경을
3월~4월 초까지 볼 수 있을 걸로 예상됩니다.
MBC뉴스 이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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