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 백만년 동안 외형의 변화를 겪지 않아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산양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데요.
설악산권역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대
산양 밀집 지역인 경북 울진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기는 멧돼지
차단용 철제 울타리가 수 십km나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울타리로 인해 오히려
산양이 갇혀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포항문화방송
김기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야윈 산양이 철제 울타리에 막혀
마른 나뭇잎만 뜯어 먹습니다.
또다른 카메라에 잡힌 산양도
우두커니 서 있다 산으로 되돌아 갑니다.
울타리 밖 도로만 건너면 불영계곡,
물을 마시러 내려온 걸로 짐작됩니다.
울타리 총 길이는 25km,
환경부가 지난 2021년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전파하는 멧돼지를 차단하기 위해
설치했습니다.
울타리에 갇혀 죽은 산양도 목격됐습니다.
* 남광수 /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주민
"(산양이) 못 올라가고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삼근2리 (도로) 내리는데요. 그런데 결국은
그 뒤에 며칠 지나서, 작년에 폭설이 왔는데,
그 산양이 죽었더라고, 조그마한 산양이.
(울타리가) 좋은 점도 있지만 폐단도 있더라고요."
ASF는 휴전선을 뚫고 강원도를 지나
울진 남쪽 영덕에서도 발생해
울타리의 한계는 확인됐습니다.
* 서해 / 녹색연합 활동가
"지금 여기 보시는 울타리는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는 5차 방역 울타리인데요. 사실
이 아래 영덕까지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울타리는 지금은
효용성을 잃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울진을 동서로 관통하는 국도 2개 노선 또한
이미 좁혀진 산양 서식지를 이중으로
단절시켰습니다.
* 이다솜 /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36번 구 국도, 신 국도에 의해서 서식지가
파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ASF 펜스까지 더해지면서
지금 서식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ASF펜스를 철거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산양에게는 먹이가 부족한 3~4월이 보릿고개.
지난 2022년 역대 최장 울진 산불과
지난해 폭설은 산양에게 재앙이었습니다.
녹색연합이 자체 조사한 결과
지난해 울진, 삼척에서 74개체가 폐사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울진, 삼척에 300~400개체로 추정되는 산양의
20%에 이릅니다.
막으라는 멧돼지는 막지 못하고
애꿎은 산양만 철제 울타리에 갇혀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기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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