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멧돼지 울타리 철거하라"..ASF 못 막고 산양만 죽어

김기영 기자 입력 2025-02-28 14:35:18 수정 2025-02-28 15:52:37 조회수 79

(앵커)
수 백만년 동안 외형의 변화를 겪지 않아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산양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데요.

설악산권역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대 
산양 밀집 지역인 경북 울진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기는 멧돼지 
차단용 철제 울타리가 수 십km나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울타리로 인해 오히려 
산양이 갇혀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포항문화방송
김기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야윈 산양이 철제 울타리에 막혀 
마른 나뭇잎만 뜯어 먹습니다.

또다른 카메라에 잡힌 산양도 
우두커니 서 있다 산으로 되돌아 갑니다.

울타리 밖 도로만 건너면 불영계곡,
물을 마시러 내려온 걸로 짐작됩니다.

울타리 총 길이는 25km,

환경부가 지난 2021년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전파하는 멧돼지를 차단하기 위해 
설치했습니다.

울타리에 갇혀 죽은 산양도 목격됐습니다.

* 남광수 /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주민 
"(산양이) 못 올라가고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삼근2리 (도로) 내리는데요. 그런데 결국은 
그 뒤에 며칠 지나서, 작년에 폭설이 왔는데, 
그 산양이 죽었더라고, 조그마한 산양이. 
(울타리가) 좋은 점도 있지만 폐단도 있더라고요."

ASF는 휴전선을 뚫고 강원도를 지나 
울진 남쪽 영덕에서도 발생해 
울타리의 한계는 확인됐습니다.

* 서해 / 녹색연합 활동가 
"지금 여기 보시는 울타리는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는 5차 방역 울타리인데요. 사실 
이 아래 영덕까지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울타리는 지금은 
효용성을 잃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울진을 동서로 관통하는 국도 2개 노선 또한 
이미 좁혀진 산양 서식지를 이중으로 
단절시켰습니다.

* 이다솜 /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36번 구 국도, 신 국도에 의해서 서식지가 
파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ASF 펜스까지 더해지면서 
지금 서식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ASF펜스를 철거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산양에게는 먹이가 부족한 3~4월이 보릿고개.

지난 2022년 역대 최장 울진 산불과 
지난해 폭설은 산양에게 재앙이었습니다.

녹색연합이 자체 조사한 결과 
지난해 울진, 삼척에서 74개체가 폐사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울진, 삼척에 300~400개체로 추정되는 산양의 
20%에 이릅니다.

막으라는 멧돼지는 막지 못하고 
애꿎은 산양만 철제 울타리에 갇혀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기영입니다.
 

#산양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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