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과학기술이 이렇게 발달해 있는 요즘이지만 일거수 일투족 사람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강원도 횡성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이 침대에서 떨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걸 의용소방대원들이 발견해 구조했습니다.
하마터면 생명이 위태로울 뻔했는데, AI 돌봄시대에도 여전히 풀뿌리 돌봄이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 되고 있습니다.
원주문화방송 유주성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29일 아침, 횡성 여성의용소방대원들은 평소 말벗 봉사 차 들리던 80대 어르신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평소와 달리 인기척이 없자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고, 거기엔 끙끙 앓고 있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새벽에 침대에서 떨어졌는데, 평소 거동이 불편했던 데다, 한 쪽 팔이 몸에 깔리면서 꼼짝하지 못한 채 몇 시간을 그대로 있었던 겁니다.
전화기와 비상벨도 침대 위에 있어 도움을 청할 수 없었고, 혈압약과 당뇨약도 제때 먹지 못해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 김옥은/횡성소방서 여성의용소방대
"어후 우리 엄마도 혼자 계신데 저러시면 어떨까 싶어서 눈물이 좀 나는 것 같았아요. 좀 참았는데. 엄마 생각이 많이 나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도 들고..."
대원들이 할머니를 구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반찬 나눔, 우유 배달, 이미용 서비스, 빨래 대행 등 갖가지 이유를 만들어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풀뿌리 돌봄을 계속해 왔습니다.
멀리 떨어진 부모를 자주 들여다보지 못하는 자식들을 대신해 건강을 챙기고, 잔소리도 마다하지 않으며 이웃을 살뜰히 챙겨온 겁니다.
"왜 이렇게 부었어 여기가? (이거 병원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먼저 이러지 않았잖아. 이 정도 아니었는데"
"아프면 가지만 아프지 않으니까"
돌봄도 AI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가 왔다지만, 취약 계층을 위한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풀뿌리 돌봄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직접 들여다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하태화/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 관장
"(AI 돌봄이) 실제로 효과도 입증이 되고 있지만 저희 복지관에서도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지원을 위한 발굴단들을 교육하고 상시로 모니터링하면서 지역 안에서 주민들이 지역 주민들을 돌볼 수 있는..."
기술과 제도의 진보에도 이를 보완할 풀뿌리 돌봄을 가꾸려는 우리 사회의 노력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MBC뉴스 유주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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