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2) 광주의 한낮 수은주는 35도를 육박했습니다.
벌써 나흘째 폭염경보인데요.
여전히 현장 노동자들은 극한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돼 일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주현정기자입니다.
(기자)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뜨거운 공기가 일렁입니다.
부채에 손선풍기까지 챙겨 나왔지만, 따갑게 내리쬐는 열기를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 민소희 윤지빈 / 광주 지산동
"너무 더워서 선풍기가 없으면 못 살겠어요. 땀이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나는 것 같아요."
벌써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폭염경보.
바닥분수 도움도 받아보지만,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은 쉬 가라앉지 않습니다.
덥다고 일손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14m 상공에서 내리쬐는 햇볕에 고스란히 노출돼 일 할 수밖에 없는 전기 노동자들.
2만2900볼트 고압을 직접 다루는 위험한 일이다 보니,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모와 안전화에 긴팔 작업복, 안면 보호 마스크까지 꽁꽁 싸매야 합니다.
"오후 2시입니다. 외부 온도는 42도를 넘어섰고, 방염모와 방염복을 입고 잠깐 서있었는데 온몸이 땀으로 젖었습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땀에 갈증이 가시질 않습니다.
* 강중원 / 시공관리책임자
"지침을 우리(현장 관리자)가 내릴 수는 없고, (원청인) 한국전력 자체에서 지침을 내려서 (폭염에는 휴식이 아니라) 작업 중지나 이런 걸 시켜줘야 맞아요."
지난해 여름, 광주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2명 중 1명은 야외 노동자였습니다.
급기야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반복되자 고용노동부는 '폭염 시 의무 휴식',
그러니까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2시간마다 20분 휴식'을 반드시 보장하는 안을 올여름부터 시행하려 했으나, 결국 무산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규제개혁위원회가 "획일적인 작업 중지 명령은 사업장에도 부담"이라는 이유로 철회를 권고했기 때문입니다.
* 이경석 / 전국건설노조 광주전남전기지부장
"작년에도 여러 명의 우리 노동자들이 (폭염에 일하다) 병원에 실려가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국가에서 규정으로 (폭염 시 작업 중지 지침을) 정해놓았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나마 시행되고 있는 폭염 노동자 보호 조치는 대부분 야외 노동자에게 적용됩니다.
폭염 사각지대에서 노출된 실내 노동자 안전 조치가 시급한 이유입니다.
* 이철갑 조선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직업병안심센터장)
"실내 온도가 35도 이상 올라가면 똑같은 거예요. 야외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래서 냉방 장치를 마련하는 게 가장 핵심적이라는 거고."
1년 전, 28살 에어컨 설치 노동자 양준혁 씨는 불볕더위 속 냉방시설 없는 실내에서 일하다 쓰러져 숨졌습니다.
누구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누려야 합니다.
MBC 뉴스 주현정입니다.
#폭염 #노동자 #작업중지 #의무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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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탐사기획 담당
"정반합, 그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