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년도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전남지역의 보물 같은 섬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15)은 단 한 가구만 사는 섬, 여수 금죽도 이야기를 전해드릴 텐데요.
다 떠난 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섬을 지키며 살고 있는 노부부를 김단비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작은 낚싯배가 여수 바다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향합니다.
소경도와 대경도 사이를 지나 20분 정도 달리자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옹기종이 모여있는 다른 섬들과 달리 홀로 떨어져 있는 섬, 금죽도입니다.
"한때 20여 명이 거주했던 금죽도에는 지금 70대 노부부 한 가구만이 남아 섬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섬을 지키는 유일한 파수꾼 부부, 김채봉 씨와 정순희 씨.
김 씨는 연로하신 부모님 곁을 지키기 위해 아내와 함께 2005년 고향인 금죽도로 돌아왔습니다.
4명이서 오붓하게 살았던 것도 잠시, 아버지를 먼저 보낸 뒤 어머니는 치료 때문에 거처를 육지로 옮겼고, 부부만 섬에 남았습니다.
* 김채봉/여수 금죽도 주민
"일이 어업이다 보니까 부모님도 여기 계시고, 여기서 또 태어났고 그래서 왔어요."
잘 여문 옥수수를 수확하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옥수수밭 옆에는 깨가 자라고 있고, 자두나무에도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어업이 주된 생계 수단이지만 바쁘지 않을 때는 밭을 가꾸며 시간을 보냅니다.
* 장순희/여수 금죽도 주민
"옥수수하고, 들깨하고, 고구마하고 지금 현재는... 갈라 먹기도 하고, 아이들한테 보내기도 하고."
섬을 덮은 대나무가 금빛으로 반짝인다 해서 이름 붙여진 금죽도.
지금은 소나무가 더 많은 솔섬입니다.
군데군데 재성충병에 걸리긴 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만큼 자연이 잘 보존된 천혜의 섬이기도 합니다.
도선도 태풍을 막을 방파제도 없고, 태양광에 의존해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열악한 섬이지만 노부부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 김채봉/여수 금죽도 주민
"내가 몸이 안 좋아서 나간다든가 그럴 때는 (몰라도)... 불편한 거야 많겠지만 그래도 불편함을 안 느끼고 살아요."
주민들이 모두 떠나 무인도로 전락하는 섬이 늘고 있는 가운데 20년 넘게 꿋꿋이 섬을 지키는 노부부가 섬 생활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단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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