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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걸음더]물그릇 된 광주 신안교 일대 "홍수예방시설이 되레 피해 키웠다"

주현정 기자 입력 2025-07-21 16:04:32 수정 2025-07-21 21:02:25 조회수 524

(앵커)
'괴물 폭우'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무섭게 쏟아진 비로 광주에서도 특히 북구 신안교 인근의 피해가 컸는데요.

주민은 급류에 실종됐고 마을은 초토화됐는데, 홍수예방시설이 되레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현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터진 둑 사이로 흙탕물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빠르게 흘러갑니다.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하천인지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마을 앞길에 세워둔 차들은 겨우 천정만 드러낸 채 둥둥 떠다닙니다.

영상 속 그 마을.

이 마을 80대 주민은 모두 잠겨버린 집을 빠져나와 마을 길을 걷던 중 거센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습니다.

* 유우열 / 광주 북구 신안동 주민 
"(대문을) 끈으로 묶고 있다가 사람이 저리로 떠내려가는데, 여기서 저 끝이 보이는데, (물살이 워낙 세서) 어떻게 가겠어요."

인명 피해 뿐 아닙니다.

일대에서만 상가와 주택 70여 채가 잠겼습니다.

주민들은 서방천 홍수예방을 위해 세운 시설물이 피해를 더 키웠다고 지목합니다.

주민들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그 옹벽입니다.

성인 키 높이로, 하천 범람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됐는데, 되레 마을로 쏟아진 빗물을 가두는 수로 역할을 했습니다.

기록적인 비에 사방에서 넘친 물이 주변보다 지대가 낮은 이곳 마을로 흘러들었고, 서방천의 물이 마을로 넘치지 않도록 설치한 방어벽이 하천으로 흘러가야 할 물길을 막으면서 마을을 고립시킨 겁니다. 

* 박종현 / 광주 북구 신안동 주민
"물이 빠질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 아크릴판을 설치해 놓아가지고 물이 모여버린 거예요. 보호하려고 해놓은 게 더 주민을 위험하게 만들어버렸죠."

* 김상진 / 광주 북구 신안동 주민
"20년 전, 30년 전에도 굉장히 비가 왔을 때도 이번처럼 대형 사고가 안 난 이유가 이 방벽이 없으면 물이 잘 빠져요."

턱없이 좁고, 적은 배수구도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 유학열 / 광주 북구 신안동 주민 
"배수하라고 이렇게 적은 구멍을 (4개) 뚫어놨는데, 안 빠지죠."

이 공사에만 세금 130억원이 들어갔습니다.

광주시와 북구는 훼손된 홍수예방 방어벽을 정비하고, 배수펌프장을 추가 설치하는 한편, 서방천의 유속을 방해하는 광주선 철교 교각을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재난 피해는 커질 텐데, 사후약방문식 처방만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 김민석 국무총리(어제)
"여러 가지 구조적 원인도 있지만 특히 기후가 재난으로 일상화되는 상황이 돼서,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근본적으로 대처를 해야 할까 고민을 깊이 하게 됩니다."

극한의 재난 상황까지 고려한 면밀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피해는 또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MBC 뉴스 주현정입니다.
 

#괴물폭우 #신안교 #실종 #홍수예방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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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정
주현정 doit85@kjmbc.co.kr

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사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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