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큰 비로 피해를 본 지역 대부분은 광주의 대표적인 상습 침수구역이었습니다.
물에 잠길 때마다 다양한 예방사업에 혈세를 퍼부었는데,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정작 효과를 낼 방재시설 확충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늦어지거나 검토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걸음더] 주현정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광주의 대표적인 상습 침수구역.
8미터 지하로 내려가자 폭 13미터, 길이 200미터의 거대한 터널이 건설 중입니다.
빗물을 일단 저장했다가 차차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이른바 대형 물그릇입니다.
한 번에 1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우수저류시설입니다. 올 연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공정률은 60%를 갓 넘겼는데, 이번 큰 비에 일부 빗물을 가두는 효과를 봤습니다.
* 광주 광산구 우산동 주민
"이번에 워낙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 비 때문에 일대가 조금 차서 그렇지 (저 우수저류시설이 물그릇 역할을 해서) 예전에 비하면 엄청 많이 좋아진 거죠."
비슷한 시기 같은 사업을 시작한 북구는 그러나 1단계 구간조차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큰 비에 문제가 된 신안교 일대 우수저류시설은 부지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130억원을 들 세운 신안교 홍수예방 방어벽은 도리어 마을을 물바다로 만들어버렸습니다.
* 김상옥 / 광주 북구 신안동 주민
"비가 오면 걱정이에요. 자꾸 넘으니까."
빗물이 한꺼번에 하천으로 쏠리지 않도록 일시적으로 빗물을 담는 배수펌프장 같은 방재시설도 몇 년 째 그대로입니다.
광주에는 모두 32곳의 이 같은 배수펌프장이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지어진 곳은 단 한곳도 없습니다.
이마저도 큰 하천이 없는 동구와 북구엔 없습니다.
때마다 피해를 보는 저지대는 고이는 물을 퍼내거나 일정량을 가둬두는 시설이 중요한데, 실상은 제자리 걸음입니다.
전문가들은 극한 기후변화까지 고려한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피해는 반복되고, 또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합니다.
* 송창영 / 광주대학교 방재안전학과 교수 / 재)한국재난안전기술원이사장
"이번에 200년 빈도의 폭우가 왔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지금은 이러한 비정상이 정상적인 시대가 왔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대책이 수립이 되어야 되고, 배수펌프라든가 이런 것들이 너무 국지적인 형태의 계산 근거를 가지고 해버리면 안 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저류 시설을 보완하기에 앞서 도시의 투수율 자체를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합니다.
MBC 뉴스 주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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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사회 담당
"정반합, 그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