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광주시가 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쿠폰 색깔을 다르게 만들었다가, 차별 논란에 사과하고 시정하겠다고 어제(23) 밝혔는데요.
이미 제작한 카드에 스티커를 일일이 붙여 색깔을 가리는 작업을 수해 대응을 하고 있는 공무원까지 동원해 밤늦게까지 시키는 바람에 일선 공무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천홍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카드마다 색깔을 달리해 차상위 계층, 기초생활수급자임을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 만든 광주의 소비쿠폰 선불카드.
* 이모씨 / 광주 북구 주민
"카드 쓰기가 얼마나 예민하겠습니까. 마음이 불편하거든. 내 신분이 뭔가 차별되는 것 같고, 노출되는 것 같고.."
대통령까지 비판하면서 광주시장은 바로 사과했습니다.
* 강기정 / 광주광역시장
"시민의 생활 정도가 노출되어 시민에게 큰 불편을 끼치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이미 찍어놓은 카드에 스티커를 붙여 알아볼 수 없게 하겠다는 대안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은 일선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에게 떨어졌습니다.
수해 대응을 하고 있는 공무원들까지 동원돼 자정까지 스티커를 붙인 겁니다.
하루가 지나 한 복지센터에 가봤습니다.
공무원들이 여전히 스티커 붙이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작업해도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업무 시간을 쪼개가며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겁니다.
* 광주 행정복지센터 관계자 (음성변조)
"마지막에 끝난 게 자정 넘어서..."
"카드 1장에는 앞뒤로 총 3장의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데요. 스티커를 다 붙이고 난 뒤에는 카드 뒷면에 카드 번호까지 일일이 손으로 적어야 합니다."
광주시 공무원 노조는 "기록적인 폭우로 업무가 폭증한 상황에서, 당일 스티커를 다 붙이라며 또다시 공무원을 혹사시키고 있다" 고 강 시장을 비판했습니다.
사고는 광주시청에서 치고 수습은 일선 말단 공무원에게 떠미느냐는 겁니다.
* 광주 행정복지센터 공무원
"업무하면서 또 이 일도 하고...필요 이상의 스티커까지 붙이는 제작 작업이 들어가니까 조금 직원들 불만이 많더라고요."
광주시는 또 논란이 불거지자 수해 대응 공무원을 제외하고 광주 시청에서 스티커를 붙여 배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천홍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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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정치행정 담당
“사실을 찾아 전달하겠습니다”
